영화 <the fall : director cut>의 동심
(만보 걷기)
도서관에서 그림책 동아리 모임을 하고 있다. 내가 일을 그만두고 시간 부자가 된 사실을 안 동아리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영화 <the fall>이 딱 나의 취향이라며 같이 보자고 한다.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단숨에 콜을 외쳤다. 우리가 좋아하는 그림책 같은 영화라는 것이 나의 한 줄평이다.
2008년 첫 개봉을 했고, 지금 재개봉을 하고 있는 작품은 감독판으로 기존에 삭제된 장면까지 담고 있다. 제작 기간이 28년이 되고 CG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영상을 보다니 놀랄 뿐이다. 아날로그 감성은 무척 소중했다. 할리우드의 무성영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1920년 할리우드 전문 스턴트맨 로이는 낙상하여 (fall) 다리를 잃은 채 병원에 입원을 한다. 사랑하는 여자마저 떠난 상황, 로이는 팔을 다쳐 입원한 5살 소녀 알렉산드리아에게 마치 천일야화처럼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며 친해진다. 알렉산드리아는 주변의 실존 인물이 이야기 속 인물로 나오는 상상을 하며 흥미를 느낀다. 이 부분은 알렉산드리아의 상상인데 미술 오브제처럼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나다. 아이가 상상하는 부분이 초현실적이라 그림책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아주 흥미진진한 상황에 이야기를 끝내며 밀당을 한다. 알렉산드리아에게 모르핀을 가져오면 이야기를 더 해준다고 한다. 로이는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는 모르핀을 얻기 위해 높은 선반에 올라가다가 낙상하여 (fall) 머리를 다친다. 우울증이 심한 로이는 다친 알렉산드리아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나 비극적이다. 알렉산드리아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해피 엔딩을 해달라며 운다. 꼬마 알렉산드리아의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천진난만한 연기는 압권이다. 알렉산드리아는 악당에게 쫓기는 사람들을 우리가 도와주어야 한다며 용기를 낸다. 나는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피울 클레의 그림 <세네치오>가 떠오른다. 그가 말한 동심은 바로 알렉산드리아의 마음이다. 자신의 인생을 파면으로 끌고 가는 로이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애원하고, 악당에게 쫓기는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마음이 아이의 마음인 것이다. 동심은 유치하고 어리석고 나약한 것이 아니다. 어른이 잊고 있었던 순수하고 대담한 용기이다.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을 믿고 마음이 정하는 그대로 행동하며 결국 누군가를 구한다. 우리가 인생의 나락(fall)을 겪고 있을 때 동심만이 구할 수 있다. 나는 용기를 가지고 싶어 순례길을 떠난다. 나의 잃어버린 아이의 마음을 찾기 소망해 본다.
팜플로나에서 23km를 걸으면 푸엔테 라 레이나 (puente la reina)에 도착한다. '여왕의 다리' 뜻이다. 지역명을 자꾸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지명은 잘 외워지지 않는다. 가는 길에 유명한 “용서의 언덕”이 나온다. 내가 용서를 빌 것인지, 용서를 받을 것인지 내 마음도 궁금하다. 그때 떠오를 생각이 무엇일까.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23km를 걸으면 에스테야 (estella)가 나온다. 산 페드로 성당이 있다.
나는 산티아고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고 있다. 김효선 작가가 쓴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는 프랑스 길의 인문학적 요소가 있다. 작가는 산티아고 가는 다양한 길을 걷고 <산티아고에서 이슬람을 만나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 포르투갈을 만나다> 2권의 책을 더 출간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정보와 만난 사람들,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다. 나는 순례길을 걸을 때 어떤 글을 쓸까 조금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