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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비범한 이달고 돈키호데 드 라만차

by 하루달

최민순 신부님이 번역한 정음사의 <돈키호테>는 616쪽 51장 1부이다. 소설은 세르반테스 개인의 경제적 궁핍, 사회적, 작가적 무기력과 스페인 사회의 제국주의 영광 뒤의 어두운 환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부의 가장 큰 주제는 "저것은 무엇인가" 인식론이다. 저것은 풍차일까, 긴 팔을 가진 거인일까, 내게는 거인으로 보이고 다른 이에게는 풍차로 보이는 저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만의 광기에 사로 잡혀서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광기, 망상은 믿음의 한 모습이다.

돈키호테 (don quixole)는 기사 소설에 심취하고 결국 편력기사(모험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며 불의를 바로잡고 정의를 확립시키는 기사)의 모습으로 출정을 한다. 산초 판사(sancho panza)는 돈키호테에게 영주 자리를 받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따라다닌다. 산초 역시 돈키호테의 또 다른 모습이다. 말에게는 로시난테 이름을 지어주고, 사귄 적도 없는 둘시네아 델 토보소를 사랑하는 공주님으로 삼는다. 그는 어서 가서 씻어 주고 싶은 모욕, 바루어야 할 부정, 다스려야 할 무법, 뜯어고쳐야 할 폐습, 갚아야 할 은의를 기사도 정신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영광은 공주님의 것이다. 이발사와 본당 신부는 이 모든 망상은 기사 소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불태운다. 그리고 돈키호테를 속여 집으로 데려온다.

세르반테스는 제대로 된 문학 수업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 평론가들은 그의 소설을 낮게 평가했고 몇 세기가 흐른 뒤 재평가된다. 그러나 불태우는 책에 대한 묘사를 보면 세르반테스가 얼마나 독서를 많이 했는지, 속담과 적절한 비유, 인용구에서 그의 실력을 알 수 있다. 글은 경험과 사유에서 나온다. 작가는 전쟁에서 세운 공이나 남미 파견 요구 등이 국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작가는 개종한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최초로 아메리카를 알게 되고 제국주의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쇠퇴한 이유는 종교로 내전을 많이 했고 정치적인 검열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들의 민낯을 보게 되었고 이민족을 몰아내고 통합하지 않는 것이 결국 나라의 발전을 막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늙은 돈키호테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선다. 차별받는 이민족, 여성들의 편에 선다.

산초는 묻는다. 왜 기사도 아니면서 왜 기사가 되려고 하는지. "까닭이 있어서 편력 기사가 미친대서야 맛이고 멋이고가 있을 턱이 있나. 턱없이 미치는 것 그리하여 나의 아씨마님이 속으로 뇌이시기를 까닭이 없어도 저러시거든 까닭이 있다면 더욱 어떠실꼬 이쯤 생각하시에 만드는 것이 요점이란 말이지." 돈키호테가 재평가된 이유는 바로 이 점이다. 최초의 근대화 소설, 낭만주의 소설로 보는 것이다. 영웅이 아닌 오히려 평범에서 벗어난 사람이 보여주는 실행, 정의를 보여주고 있다. 액자식 구성, 시점의 다양성, 풍자 기법을 어떤 사람은 아방가르드의 시초로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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