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D-27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돈키호테 속 셰익스피어

by 하루달

돈키호테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돈키호테 책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이렇게 장편 소설인 줄은 몰랐다)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여 싸운 이야기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책 안에는 액자식 구성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많다. 1부에서 나는 셰익스피어가 쓴 이야기 같은 것을 발견했다. 동시대에 셰익스피어는 영국에서 활동을 했고 국왕의 지원을 받아 생전에 명예와 부를 누렸으며 작품은 비극적인 요소가 많다. 반면 세르반테스는 스페인에서 나라를 위해 싸웠으나 인정을 받지 못했고 노예생활, 감옥 생활을 하는 등 가난과 불명예를 받았으나 작품은 희극적인 요소가 많다. 세르반티스는 극작가로 성공하고 싶었으나 초기작품이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나는 연극이 유행하던 시기라 이런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개 정도 연애 이야기가 있다.

뛰어난 미모를 가진 마르셀라를 짝사랑하는 청년 그리소스토모는 그녀가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자살을 한다. 그의 죽음 앞에 사람들은 마르셀라를 욕한다. 그리소스토모 유언대로 마르셀라를 처음 본 장소에 무덤을 만들기로 한다. 그 장소에 마르셀라가 나타난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의 사랑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자신의 자유 의지와 여성의 인권에 대해 용감하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순간 숙연해지는 동시 여전히 그녀의 미모만을 주목한다. 돈키호테는 마르셀라를 지지한다.

귀족 돈 페르난도는 뛰어난 미모를 가진 농부의 딸 도르테아를 짝사랑했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고 욕망이었다. 끈질긴 구애 끝에 욕망이 충족되자 떠난다. 도르테아는 절망에 빠져 산속으로 숨는다. 돈 페르난도는 친구의 애인 아름다운 루신다에게 또 사랑에 빠진다. 카르테리오는 루신다를 빼앗기자 절망에 빠져 산속으로 가서 광인이 된다. 제정신이 돌아오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속에서 도르테아의 이야기를 듣고 카르테리오는 루신다가 결혼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루신다와 카르테리오는 만나게 되고 도르테아도 돈 페르난도를 만나 큰 사랑으로 품어 남녀는 자신의 짝을 찾아가게 된다. 결은 좀 다르지만 "한여름 밤의 꿈"이 떠올랐다.

안셀모는 아름다운 아내 카밀라와 충성스러운 친구 로타리오가 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안셀모는 엉뚱한 제안을 한다. 로타리오에게 자신의 아내의 사랑을 테스트하기 위해 그녀를 유혹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하지만 결국 카밀라와 친해지는 동안 그녀의 미모에 빠지게 된다. 둘은 사랑에 빠진 채 안셀모를 속인다. 아내와 친구의 충성을 믿고 행복해하던 안셀모는 결국 비극을 알게 되고 셋은 모두 죽음으로 향한다. 현대 영화에서나 볼 듯할 내용이다.

나는 여러 이야기가 섞여 있는 의도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연애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액자식 구성을 한 것일까. 세 이야기 모두 정상적이지 않은 욕심이나 광기가 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연애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돈키호테만큼 광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솔직하게 드러내는 돈키호테만을 사람들은 무시하고 실험하고 멋대로 대한다. 누가 진실로 망상에 빠진 사람인지 구분하라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닐까. 사랑을 이유로 광기를 보일 때도 있고 이데올로기, 종교, 정의라는 이름으로도 광기를 드러낼 수도 있다. 우리가 과연 돈키호테를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을까. 우리 안에는 돈키호테의 모습이 있는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D-28 (산티아고 순례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