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D-26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스페인 기행

by 하루달

베로니카, 우리 듀니즈 집에 잠깐 갈까요? 주변에서 후손 옷을 많이 챙겨줬어요. 날씨가 추우니까 지금 입으면 딱 좋을 것 같아요.


성당 봉사자님이 난민 집에 가자고 전화를 하셨다. 그런데 나는 내성발톱 수술로 꼼짝을 할 수 없다. 오늘은 병원에 가서 실밥을 풀고 소독을 했다. 아직도 상처가 쓰라린다. 도저히 갈 수가 없다고 말씀드렸다. 봉사자님은 아직도 한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우리는 하느님이 휴식을 준 것 같다며 우리만 생각하자고, 서로 건강을 빌며 통화를 마쳤다. 팔이 불편해도, 다리가 불편해도, 눈이 아파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건강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그런데 잠깐 아픈 것이 이렇게 초초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데 그분도 7일 차에 발에 물집이 생겼다. 표정이 확실히 좋지 않다. 절뚝절뚝 걷다가 약국에서 밴드를 사고 샌들로 갈아 신고 휴식을 취해도 잘 낫지 않는다. 나도 미리 아픈 과정을 경험하는 것 같다. 2월 열심히 운동을 하다가 결국 내성발톱을 발견하고 수술을 했다. 순례길에서 아프다면 더 당황스러울 것 같다. 그런데 아프니까 책을 읽을 시간이 늘었고 자꾸 미룬 영어 공부도 하게 된다. 건강의 소중함을 느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순례길에서도 아프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아픔도 추억으로 생각하고 너무 답답해하고 절망하지 말아야겠다. 여행은 즐기려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완벽한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생은 “무엇”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구소련, 독일, 스페인에서 아테네 신문사들의 외국 통신원으로 일을 했다. <스페인 기행>, <지중해 기행>, <러시아 기행>, <영국 기행> 책이 있다. 그는 인간 존재와 목적을 규정하기 위해 여행하고 연구하면서 삶을 보냈다. 그가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꼈던 기독교 문화, 유대 문화, 아랍 문화의 혼합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아랍의 지배에서 벗어나 스페인이 유대 문화와 이민족을 몰아내고 정통 가톨릭을 고수하면서 스페인의 문화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순종, 기원, 출신을 중요시하는 우리의 무의식에 혼혈, 혼합, 변정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관광 자원이 되었다.


스페인은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돈키호테의 열정적이면서 긴 얼굴과 실용주의인 산초의 멍청한 얼굴을 가지 나라라고 소개한다. 2부는 스페인 내전의 상황을 마치 종군 기자처럼 묘사한다. 투우 문화를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은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그 열정은 논리와 사리사욕을 넘어서는 동물적인 사나운 힘이다. 전쟁도 인간의 모든 기쁨과 슬픔을 극도로 강화시키는 열정이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모른 채 유령이 되어 버티고 있을 뿐이다. 혐오의 시대이며 우리의 정신은 위험에 빠져 있다. 열정적으로 사랑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는 외침이 내부를 흔든다. 자기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않기 위해서 폭력과 학살이라는 현상으로 뛰어들고 결국 죽음을 동경하게 된다. 결국 인간은 끔찍한 전쟁 후 알게 된다. 습관, 무관심, 일상이란 개념은 더 이상 스페인의 운명을 주조하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고 함께 책임을 지어야 함을. 현대에도 전쟁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롭고 과학 기술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지금도 우리는 무엇을 더 가지기 위해 어리석은 열정을 내뿜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이성은 완벽해질 수 없는 것인가. 비단 스페인만의 역사는 아닌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D-27 (산티아고 순례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