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D-9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이게 여론 조사지

by 하루달

충남 몽산포 해수욕장 캠핑장을 강추한다. 우선 이렇게 넓은 캠핑장을 본 적이 없다. 카라반 구역이 나누어지긴 했지만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널찍하다. 자연친화적인 공간이라 나무 밑 어디서나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바로 옆 바다에 가서 조개를 캘 수도 있고 바닷가 산책길도 훌륭하다. 여름휴가에 우연히 알게 된 곳, 우리는 바로 장박을 하고 다른 곳을 가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좋으니 입소문이 난 것일까. 여름 이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나무 밑 어디서나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점은 단점이 되어갔다. 그만큼 공간의 밀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모든 텐트가 핼러윈을 꾸미고 여기저기 방문하며 커다란 축제를 캠퍼들 스스로 만드는 분위기가 좋았다. 무척 이국적이면서 자연 속에서 즐기는 핼러윈은 난생처음이라 특별했다. 계속 장박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한 이유는 집으로 돌아가는 서해안 고속도로는 어느 시간대건 막힌다는 것이다. 일찍도 떠나보고 샤워까지 다하고 밤늦게 출발을 해도 항상 막히는 구간이다. 빨리 가야 2시간 30분, 막히면 4~5시간 걸리는 장소는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충북 충주는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이다. 그곳으로 옮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침 일찍 몽산포에 도착했다. 10일까지 장박 기간이니 5일 정도 지나서 그만큼 금액을 지불하고 미안하지만 떠나겠다고 주인에게 말했다. 주인아저씨는 우리에게 어, 겨울에 많이 안 오셨죠 묻는다. 아, 그게 12.3 내란 사태 이후 안 왔죠 대답했다. 주인아저씨 부부도 12월 7일 국회의사당에 갔다고 한다. 저희도요 대답을 했다. 14일도 갔다고 한다. 저희도요. 자기는 유튜브를 전혀 보지 않고 살았는데 이제는 김어준, 매불쇼를 챙겨 본다고 한다. 저도요 나는 대답을 했다. 어쩜 이렇게 같을 수가 있나. 아저씨는 정치에 너무 무관심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냐 후회, 반성을 했다고 한다. 저도요 나는 소름이 끼쳤다. 아마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방송에 극우들의 말이 자극적으로 보도가 되니 어이없으면서도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니 이런 게 랜덤 여론 조사가 아닐까 싶다. 길 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보는 것처럼 우연히 나눈 대화에 우리의 진정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운전을 하면서 느낀다. 확실히 차가 많지 않다. 광장으로 가건 안 가건 사람들은 마음이 불안하고 일상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이 상태가 빠르게 그리고 똑바로 마무리되길 바란다. 순례길에서 유튜브를 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D-10 (산티아고 순례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