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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뉴욕의 거장들

by 하루달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뉴욕의 거장들> 전시를 한다. 교과서에서 본 잭슨 폴록의 그림을 볼 수 있다니 안 갈 수가 없다. 이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유럽 예술인들은 뉴욕으로 건너오게 되고 전쟁으로 모든 것을 파괴한 이성과 지성에 한계를 느끼고 보이지 않는 감성과 무의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초현실주의가 탄생한 배경이다. 눈으로 봐서 해석이 가능한 구상주의 그림은 도슨트 설명이 없어도 감상이 가능하지만 초현실주의 현대미술은 설명이 필요하다.


잭슨 폴록의 그림은 최초로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붓으로 물감을 뿌리는 기법을 사용했다. 종이 인쇄로 된 그림을 보았을 때는 무의식을 표현한 작품이구나 생각했다. 실제 눈으로 보니 붓의 터치가 굉장히 역동적이고 리듬을 느끼게 했다. 붓으로 그림을 그릴 때 화가는 강약이라는 느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는 사람은 그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그림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메시지, 색, 선, 면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드리핑 기법은 전에도 있었다. 드리핑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붓으로 강약을 보여줌으로써 액션 페인팅 기법을 새롭게 만들었다. 잭슨 폴록은 과정을 보여준 화가이다. 저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다 라며 초현실주의 작품을 폄하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생각하고 화가의 의도를 알고 나면 작품을 다시 해석할 수 있다.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 동영상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은둔형 화가였기 때문에 이 사진이 알려지고 나서 힘들어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그 사진으로 그의 작품은 유명해졌다.






잭슨 폴록의 아내 리 크레이스너도 화가이다. 잭슨에게 영감을 주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 도움을 준 사람이다. 잭슨의 아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1970년대 이후 재평가되고 있다.





초현실주의 화가 중 유명한 사람은 마크 로스코이다.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적 모티브에서 영감을 얻어 기호적인 그림을 그리다가 색이 가장 감정을 드러내는 도구임을 깨닫고 단순한 색으로 미니멀리즘을 이끌었다. 색은 종교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의 그림 앞에 한참 서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이 작품은 전시장에 없다)




김환기를 뉴욕으로 오게 만든 화가는 아돌프 고틀리브이다. 김환기는 그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고 동양적인 이미지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었다.





도슨트는 말한다. 제목을 보지 말고 먼저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생각해 보라고. 화가보다 자신만의 감정에 더 충실하라고. 책도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독자가 느끼는 것이 최종의 목표이다.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을 주는 초현실주의 그림도 매력적인 것 같다. 우리는 든든하게 예술적 감수성을 가득 채우고 카페에 갔다. 남편이 군인인 지인은 남편이 써보니 좋았다는 물집방지밴드와 감기에 한 번도 걸리지 않게 만드는 마법의 비타민,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하라며 한국 느낌이 물씬 나는 책갈피를 선물로 주었다. 든든하다. 나는 순례길에서 물집도 안 생기고 감기에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귈 것 같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예술적 감성을 느끼고 싶다. 넣다 뺐다를 반복하고 있는 배낭 속에 작은 팔레트와 붓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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