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산토도밍고 데 라 깔사다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건축물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스페인에는 돌로 만든 건물이 많다. 삼층 건물과 도로는 대부분 돌로 만들어졌다. 성당은 더욱 높은 건축물이다. 어떻게 그 시대 이 건물을 지을 수가 있었을까. 어떤 면에서는 경이로우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피가 생각이 나서 마냥 감탄하기에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인간을 사랑한 신은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고 생명을 주셨다. 인간은 신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높은 성당을 지었다. 누가 더 경이로운 것일까.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고보가 지나간 길을 걷는 것이다. 신이 위대한 것인가, 야고보가 위대한 것인가. 나는 인간을 사랑한 신보다 신을 사랑한 인간이 더 존경스럽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정의도 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말씀이다.
돌은 단단하다는 명제를 새롭게 알게 됐다.. 돌을 부수기 힘들어 그들은 돌로 지은 집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기술이 없어서도 아니고, 다른 재료가 없어서도 아니고, 부수는 것이 더 비경제적이라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아, 단단한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환경이 혹독해도 본인이 흔들리지 않으면 환경이 포기할 수 있다. 팔랑귀에, 유리 같은 마음을 가진 나는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고 깨진다. 남편에게 그 상처를 말하면 이렇게 말한다. 아니, 그 사람이 뭐라고 지금껏 생각하고 있는 거야? 한 방 맞은 기분이다. 내가 단단하면 나를 흔들고자 하는 사람이 포기하는 법이다. 정의도 마찬가지이다. 정의는 살아있다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오늘 마침내 정의가 승리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약한 수많은 유리 같은 마음들을 보았다. 당연한 결과를 알면서도 혹시, 설마 하는 마음 사이에 악마 같은 유혹이 쉽게 들어온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피하고자 하는 생각도 든다. 그때 길잡이가 되어준 돌처럼 단단한 지식인들이 고맙다. 호밀밭의 파수꾼, 순례길의 화살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재적소 우리 주위에 나타나 우리를 돕는다. 양을 모는 사냥개처럼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고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저 돌처럼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내일도 걷는다. 우리는 기쁜 소식에 축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