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까스뜨로헤리츠
대도시 공립 알베르게는 가볼 만하다. 론세스바예스, 산토 도밍고, 부르고스는 특별하다. 도시에서 지원을 해주니 시설도 서비스도 훌륭하다. 공립은 대체로 8~13유로이고 사립은 15~20유로(도미토리룸)이다.
새벽 6시에 떠나니 부르고스 공립 알베르게에 일찍 도착했다. 바로 앞 바에서 사람들이 배낭을 옆에 두고 맥주를 마시고 있다. 오픈이 2시라고 한다. 30분가량 남았다. 나는 스틱과 배낭을 문 앞에 놓았다. 동희님도 내 옆에 놓았다. 아들 승현 씨가 엄마에게 다른 사람들은 두지 않는데 여기 두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내 딸이랑 똑같다. 딸도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새치기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눈치를 본다. 우리 한국인 아줌마 둘은 그냥 배낭을 문 옆에 두고 오픈 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배낭이 보이기 때문이다. 서서히 사람들이 우리 배낭 뒤에 배낭과 스틱을 둔다. 줄이 되었다. 나는 뿌듯했다. 보통 배낭을 놓고 돌아다닌다고 들었기 때문에 새치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들어가는 데 별 차이도 나지 않는다. 나는 첫 번째로 들어가 방을 배정받았다.
카스트로헤리츠에는 성채 요새가 있다. 9세기에 지은 성채는 무어인에 대항한 곳이라고 한다. 멀리에서 유독 돋보이는 곳이었다. 나는 이제 마을을 돌아다닐 체력이 된다. 그런데 모두 지쳤다. 나 혼자 성채로 올라갔다. 알베르게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길이다. 최근에 본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떠올리며 성채를 향해 걸었다. 스페인어로 되어 있는 안내문을 보니 구조, 무기 등의 설명이 있다. 성채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계단으로 꼭대기까지 가보니 오늘 내가 걸어온 길과 내일 걸어갈 길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후 시간에 오길 잘했다.
사람들과 같이 다니면 외롭지 않고 재미있고 든든하다. 그러다가 혼자 다니고 싶기도 하다. 오늘부터 다섯 명은 따로 다니는 개개인의 스케줄이다. 혼자 씩씩하게 걷고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사진 찍고 싶을 때 서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먹고 싶을 때 먹는다. 그래도 일정이 비슷해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난다. 너무 반가워 무조건 저녁은 같이 먹는다. 오늘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알베르게 orion에 묵었다. 많은 한국인을 만나 김밥, 라면, 비빔밥을 먹었다. 역시 밥을 먹어야 든든하다. 한국말이 많이 들려서 행복하다. 어떤 알베르게는 한국인이 많이 오니까 한국어 영수증도 준다. 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