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볶음을 닮은 딸
법적으로 양육을 해야 하는 마지막 시기인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부터 딸의 육아일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첫사랑, 첫눈, 첫아이...
말만 들어도 설레는 이 단어는 은근 가혹하다.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억겁의 세월을 보내도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으니 다음으로 하는 사랑, 다음으로 맞는 눈, 다음으로 태어난 아이는 첫 느낌보다는 못하다는 것은 냉정한 진실이야. 아빠랑 몰래 소곤소곤 비밀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야. 첫아이만큼은 설레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익숙하다는 것은 그 가혹한 운명을 뛰어넘는 반짝반짝 빛나는 엄청난 장점이 있어. 정말 몰라서 하는 실수를 적게 하자 여유로운 마음이 생긴다는 거야. 오빠 옷을 물려 입혀도, 오빠가 본 책을 읽어주어도 나는 늘 조급하지 않고 아주 여유롭게 했지.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아무 쓸모도 없는 낭비의 시간이 줄어드니까 더 사랑스러운 눈으로 너를 바라본 것 같아. 이 부분이 지금의 너의 자유로운 영혼을 만든 것은 아닐까. 엄마랑 같은 운명. 둘째. 그러나 살짝 다른 운명으로 같은 듯 다른 성격을 가진 너와 나. 자유롭지 못한 금기로 가득한 나를 닮지 않아서도 좋고 그렇게 키우려고 애쓰기도 했지. 둘째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자유로운 성격은 큰 축복이야.
진서가 가장 좋아하는 멸치볶음을 오랜만에 만들면서 이 익숙한 멸치볶음이 되기까지 엄마가 겪은 시행착오가 떠올랐어. 흔하지만 쉽지 않은 이 밑반찬은 신혼때부터 줄곧 만들었지만 맛이 별로였어. 그램, 리터를 재면서 유명한 레시피를 아주 똑같이 따라했지만 늘 짜거나 너무 달거나 지금의 이 맛은 아니었어.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느 날 유명 요리사가 간장을 넣지 않는다는 기막힌 비법을 알려준 거야. 신기하게도 엄마가 본 모든 요리책에는 간장이 들어갔어. 멸치를 후라이팬에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비린내만 없애기 위해 약한 불에 볶다가 깨끗하게 다른 그릇으로 옮기고 찌꺼기를 치우고, 그 다음 물 반컵, 생강즙, 설탕 조금, 참기름 조금을 그릇에 넣어 준비한 후 멸치를 후라이팬에 넣고 다시 조금 볶다가 양념장을 넣고 계속 지켜보며 볶는 거야. 우리는 조금 딱딱한 멸치볶음을 좋아하니까 어느 정도 수분이 사라지면 올리고당을 넣고 조금 더 볶지. 고급지게 잣도 넣고 호두도 넣고. 그렇게 엄마의 자신만만 멸치볶음이 탄생한 거야. 아빠도, 오빠도 레시피를 가르쳐달라고 해도 안 가르쳐주는 이유는 왠지 이 간단한 요리가 너무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억울함이있기 때문이지. 나중에 며느리한테도 안 알려줄거야. 오빠는 실수를 많이 한 미안한 초기의 멸치볶음이었다면 너는 지금의 맛있는 그리고 쉽게 하는 익숙해진 멸치볶음같아. 음식이랑 비교해서 미안^^. 너무 쉽게 해서, 신경 안 쓰는 듯 무심한 모습에 속상했을 딸에게 무심해서가 아니라 익숙해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여유롭게 너를 대한다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다.
대표
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