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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푸가

by 하루달

언어와 음악의 공통점은 소리 체계라는 것이다. 언어는 의미가 있고 대상과 관련된 기능이 있다. 음악은 소리로 울림이 있고 기호 기능이 없다. 음악과 같은 언어는 시이다.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감정을 함의라 한다. 우리는 음악의 제목으로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음악에는 되풀이가 있다. 되풀이되는 부분이 근본적이고 중심적인 의미이다. 수평적 되풀이는 멜로디이고 수직적 되풀이는 화음이다. 화음은 다성의 동시성이다. 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동시에 결합하여 하나의 조화로운 음악을 만드는 기법을 대위법이라 한다. 푸가(fuga)는 하나의 성부가 주제를 나타내면 다른 성부가 그것을 모방하면서 대위법에 따라 좇아가는 기법이다. 푸가의 형식은 도입부(제시부), 전개부, 간주부(삽입부), 코다(종지부)로 이루어진다. 푸가 음악에는 바흐 토카타 푸가, 바흐 G단조 푸가가 있다.


Bach, "Little" Fugue in G minor, Organ



푸가 형식을 넣은 시는 '죽음의 푸가'이다. 파울 첼란은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나치에 의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문학인들이 만든 독일 47그룹에서 파울 첼로가 이 시를 낭독한다. 그는 평생 독일어로 작품을 썼다.




죽음의 푸가- 파울 첼란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그것을 마신다 저녁에

우리는 그것을 마신다 정오에 아침에 우리는 그것을 마신다 밤에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는 눕기에 비좁지 않다

한 남자가 집에서 산다 그는 뱀들과 논다 그는 쓴다

그는 어두워지면 독일로 편지를 쓴다 그대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르데

그는 그것을 쓰고 집 앞으로 나온다 별들이 반짝인다 그는 휘파람으로 그의 사냥개를 불러온다

그는 휘파람으로 그의 유대인들을 불러내어 땅에 무덤을 파게 한다

그는 우리에게 명령한다 자 춤곡을 연주하라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너를 마신다 밤에

우리는 너를 마신다 아침에 정오에 우리는 너를 마신다 저녁에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한 남자가 집에서 산다 그는 뱀들과 논다 그는 쓴다

그는 어두워지면 독일로 편지를 쓴다 그대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르테

그대의 잿빛 머리카락 술라미트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는 눕기에 비좁지 않다



그는 외친다 너의 한쪽은 땅의 왕국에 더 깊게 삽질하라 너희 다른 쪽은 노래하고 연주하라

그는 허리에 찬 권총을 잡는다 그는 그것을 흔든다 그의 눈은 푸르다

너희 한쪽은 더 깊게 삽질하라 너희 다른 쪽은 계소 춤곡을 연주하라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너를 마신다 밤에

우리는 너를 마신다 정오에 아침에 우리는 너를 마신다 저녁에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한 남자가 집에서 산다 그대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르테

그대의 잿빛 머리카락 술라미트 그는 뱀들과 논다



그는 외친다 더 달콤하게 죽음을 연주하라 죽음은 독일에서 온 대가

그는 외친다 더 어둡게 바이올린을 켜라 그러면 너희는 연기가 되어 공중으로 오르리라

그러면 너희는 구름 속에 무덤을 갖는다 거기는 비좁지 않게 눕는다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너를 마신다 밤에

우리는 너를 마신다 정오에 죽음은 독일에서 온 대가

우리는 마신다 저녁에 아침에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죽음은 독일에서 온 대가 그의 한쪽 눈은 푸르다

그는 납 총알로 너를 맞춘다 그는 너를 정확히 맞춘다

한 남자는 집에서 산다 그대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르테

그는 그의 사냥개들로 하여금 우리를 쫓도록 부추긴다 그는 우리에게 공중의 무덤을 선사한다

그는 뱀들과 논다 그리고 꿈꾼다 죽음은 독일에서 온 대가



그대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르테

그대의 잿빛 머리카락 술라미트



유대인인 파울 첼로는 게토 강제 수용소에 강제 수용된다. 그 경험으로 시인은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시에 담았다. 새벽의 검은 우유는 무엇일까. 우유가 검은색이 될 수 있는가. 우유는 살아가는 데 자양분이 되는데 살기 위해 먹는 우유가 검은 죽음으로 향한다. 저녁, 정오, 아침, 밤.... 시간의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시도 때도 없이 불려서 일을 하는 상황, 밖에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홀로코스트 시체 태우는 연기이다. 사람들은 연기를 마시고 또 마신다. 1연의 1행에서 4행의 내용은 다른 연에서 계속 반복된다. 한 남자는 독일 나치장교이다. 그는 마르가르테에게 연애편지를 쓴다. 푸치니 오페라에 나오는 '별들이 반짝인다" 음악을 연주하게 한다. 평범한 모습은 악마성을 더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한쪽은 자신이 묻히게 될 무덤을 파고 한쪽은 독일나치장교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한다.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 세상은 고통으로부터 구제된 상황이다. 시는 쉼표, 마침표, 따옴표 없이 계속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리듬을 형성하기도 하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며 푸가의 형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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