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받지 않아도 되는 독서감상문

코린 로브라 비탈리의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by 하루달







앙통은 자신이 정성껏 키운 수박 한 통을 도둑맞는다. 그 빈자리는 수박밭의 절반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자꾸 시선이 그 곳을 향하게 만든다. 그 어떤 수박보다도 맛있었을 거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어느 날 앙통은 그 수박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자신의 꿈을 꾼다. 거울속의 자기를 한참동안 본다. 목화밭으로 데구르르 굴러갔을지도 모르는 수박을 찾는다. 그러다 조그만 의자를 밭에 놓고 밤새 수박밭을 지킨다. 더이상 밭을 지키고 싶지 않은 그는 잠을 잔다. 그 사이 길고양이들이 찾아와 수박을 굴리며 신나게 논다. 앙통의 수박밭은 이제 완벽해졌다. 빈자리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줄을 맞춰 길게 늘어선 수박밭의 스케일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색채 때문에 사람을 누르는 위압감이나 낯섬을 느끼지 않고 다음 장을 넘겼다. 수박이 그렇게 많은데 한 통 없어진 게 무슨 대수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앙통의 애타는 심정 고백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 수박이기 때문에 그는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도둑맞은 수박은 그 어떤 수박보다 달콤할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해서인가 앙통은 꿈에서 게걸스럽게 수박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나는 이 장면이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의 화두는 완벽이라는 주제인 것 같아 그쪽으로 의견이 몰렸다. 완벽하게 줄을 맞추고 완벽하게 농사를 지으려는 모습 그 자체가 오히려 완벽을 망치는 것이다. 결국 완벽을 망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우치는 장면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충분히 공감하지만 나의 기분을 그것으로 설명하기에 뭔가 부족한 듯 했다. 더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최근 동물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어서인지 그 책을 읽는 내내 느낀 불쾌한 불편함 같은 것과 비슷했다. 고기를 값싸게 먹기 위해 동물까지 대량생산 공장식 축산을 하는 모습을 알게 된 나는 육식을 하는 내 모습이 마치 수박을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과 일치하는 것 같았다. 아직 채식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지도 않았지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 책을 읽고 나의 무지와 인간의 잔인성으로 눈물을 많이 흘렸다. 결국 대량 생산으로 인해 자연스럽지 못한 우리 생태계와 우리 삶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먹을 만큼만 심고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면 되는데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욕망을 감추지 못하고 게걸스럽게 훔친 수박을 먹는 앙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다. 몇 백개의 수박을 경영하면서도 한 통의 수박을 아쉬워 하는 인간의 욕심, 잠을 이기면서 밤새 넓은 밭을 지키려는 무모한 의지를 아름다운 자연에 포함시켜 포장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어색함을 주는 황량한 밭은 고양이의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생명력을 가진다. 책을 통해서 진리를 알게 되는 순간, 짧은 경험과 만남으로 진실을 깨닫는 순간, 철처한 우연성, 그러나 반드시 오는 운명,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 생명력은 고양이 존재가 아닐까. 진정 밤을 즐길 줄 아는 고양이들은 앙통의 수박밭을 아주 완벽하게 만들었다. 수박의 본연의 모습, 자연의 그대로의 모습이 바로 완벽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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