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를 건너서 숲으로,4월의 산티아고

돈키호테의 나라

by 홍지현

레온은 기독교 정신과 정치적 스페인을 연결해 주는 거점 도시이다. 레온에서 하루 연박을 하면서 현대 미술관에 가보았다. 테마는 돈키호테전이고 모리무라 야스마사와 아이웨이웨이 작가 전이 열리고 있다. 스페인에 돈키호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스페인은 제국주의 세계 최강의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도 백성들의 삶은 고달팠다. 권력자들이 기독교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데만 힘을 썼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문학을 통해 고통을 잊고 위로를 받았다. 특히 국토 회복의 과정에서 기사 모험, 전쟁 무용담, 악한소설 등이 많이 있다. 그들은 기독교로 인해 억압된 마음을 염세성으로 표출하였다. 겉은 희극이지만 현실은 비참한 비극이다. 이 비극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초현실이라는 새로운 세계이다. 유럽은 계몽주의와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스페인은 그를 넘어선 모더니즘, 초현실주의를 만들었다. 매너리즘을 벗어난 엘 그레코, 스페인의 주인은 누구인지 물은 벨라스케스, 내면을 드러낸 고야, 입체적인 스페인을 원한 피카소, 초현실로 승화한 달리, 이슬람의 문화를 융합한 미로, 가우디 등의 예술가들이 나올 수 있었다. 또한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영성 문화도 나올 수 있었다.

<돈키호테 데 라만차>의 작가 세르반테스는 1547년에 마드리드에서 가까운 알칼라 데 에나레스의 산타마리아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아버지는 외과의였으나 가난한 삶을 살았다. 예수회 학교에 다녔고 1570년 보병 연대에 들어갔다.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 국가는 대충돌한다. 레판토 해전에 참전하여 가슴과 왼손에 전상을 입는다. 1575년 귀국 중 해적의 습격을 받아 알제리에서 노예 생활을 5년 동안 치른다 (이 경험이 돈키호테 책에 나온다.) 노예 구제 수도회 덕분에 풀려난다. 그러나 나라에서 무공의 상을 받지 못하여 극작가로 일어서려고 노력한다. 그의 아내가 생활고로 도망간 후 해군의 보급원으로 일하다가 빌미스러운 일로 감옥에 간다. (이 경험도 돈키호테에 나온다.) 감옥에서 소설을 구상하고 집필한다. 책이 발간된 것은 그의 나이 오십팔 세였다. 후편은 십 년 후에 나온다. 스페인이 무엇입니까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여겨지는 <돈키호테>를 스페인들은 경전으로까지 높게 평가한다. 소설은 세르반테스 개인의 경제적 궁핍, 사회적, 작가적 무기력과 스페인 사회의 제국주의 영광 뒤의 어두운 환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장 큰 주제는 "저것은 무엇인가" 인식론이다. 저것은 풍차일까, 긴 팔을 가진 거인일까, 내게는 거인으로 보이고 다른 이에게는 풍차로 보이는 저것은 무엇일까.


세르반테스는 제대로 된 문학 수업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 평론가들은 그의 소설을 낮게 평가했고 몇 세기가 흐른 뒤 재평가된다. 그러나 불태우는 책에 대한 묘사를 보면 세르반테스가 얼마나 독서를 많이 했는지, 속담과 적절한 비유, 인용구에서 그의 실력을 알 수 있다. 글은 경험과 사유에서 나온다. 작가는 전쟁에서 세운 공이나 남미 파견 요구 등이 국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작가는 개종한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최초로 아메리카를 알게 되고 제국주의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쇠퇴한 이유는 종교로 내전을 많이 했고 정치적인 검열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이 책을 통해 자신들의 민낯을 보게 되었고 이민족을 몰아내고 통합하지 않는 것이 결국 나라의 발전을 막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늙은 돈키호테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선다. 차별받는 이민족, 여성들의 편에 선다. 돈키호테는 현실을 고발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이를 승화시켰다. 순수함과 용기를 보여준 것이다.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은 철없는 돈키호테이다. 기독교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에 도움이 되는 이슬람과 유대인을 모두 몰아냈다. 또한 자식들을 모두 해외 왕실과 결혼하게 했다. 합스부르크 왕가, 부르봉 왕가를 거쳐 스페인은 점점 쇠퇴한다. 다른 종교에 대한 피해망상과 자신들만이 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이 그녀의 무의식적 동력이었다.


돈키호테의 후손 달리의 초현실주의는 개개인의 독특한 정신적 상태이며 어떤 원칙이나 금기 사항, 도덕성에 영향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존재의 완전한 자유이자 꿈꿀 수 있는 절대적 권리이다. 달리는 죽은 형 대신으로 살아야 했다. 자기와 대상이 잘 분리되지 않고 경계가 형성되지 않음으로 혼돈의 역사를 살아야 했다. 환상은 사랑을 흉내 내는 허상이기에 생명의 인격은 이를 예민하게 인지한다. 그가 찾고 원하는 것은 그가 상실하고 버림받은 것으로써 그의 깊은 무의식 속에 있다. 그 무의식은 상징으로만 표출된다. 현실을 떠난 초현실주의는 의미가 없고 불가능하다. 현실에서 살아야 초현실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그의 가장 큰 고민이었고 갈등이었다. 대상과 현실은 자신의 거울이기도 하다. 자기와 현실을 같이 변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현실의 능력이다. 마치 현재가 있어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과 같다.



910년 오르도뇨 2세가 레온 왕국을 세웠다. 10세기 이슬람 세력의 알 만수르 군대에 약탈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12세기 알폰소 7세 치하에서 레온은 순례길의 중심 도시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국토회복운동의 중심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쇠퇴했다. 카사 보테네스 정면 출입구 아치 위에는 성 게오르기우스 조각상이 있다. 성 오르기우스는 무슬림과의 전쟁에서 기독교 병사들의 수호성인이다.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하고 조각가 칸토가 조각했다. 성오르기우스가 용을 찌르는 장면이 조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