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를 건너서 숲으로, 4월의 산티아고

나는 베지테리언이다

by 홍지현

나는 육류를 먹지 않는 베지테리언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키워지는 것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말과 함께 생명을 공장식으로 키우는 비윤리적인 모습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실천했다. 식물과 동물의 신경 기원은 같아서 식물조차 먹지 않는 마지막 단계 비건주의자와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베지테리언은 고기 또는 생선을 먹지 않고 채소에 한정해 섭취하는 사람이고 비건은 고기뿐만 아니라 계란, 우유, 유제품, 꿀을 포함한 동물성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다.) 최초의 인류는 식물만 먹었다고 한다. 빙하기가 되면서 인류는 식물이 없어 사냥을 시작했다는 주장도 있다. 나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행위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드넓은 바다에서 자연스럽게 얻은 어류는 먹는다. 정확히 말하면 페스토 베리테리언이다.

나에게 베지테리언은 환경적인 문제의식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자율성이라는 부분을 건드린 것 같다. 거대한 사회 속에서 나는 부품 같은 인간일 뿐이다. 거대한 흐름을 아무 비판 의식 없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사고로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내 몸이 먹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그저 문화에 빠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일주일 식단에는 일주일 내내 육류가 들어가 있었다. 아이들이 성장 시기일 때는 육류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테이크는 부의 상징이 되었다. 소비자가 많으니 얼마나 많은 동물들을 키워야 하겠는가. 동물을 공장식으로 키운다는 생각은 도덕성의 상실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언제나 우선시 되는 명분이었다. 자신이 확고하게 믿고 있는 진리를 토대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말할 수 있는 것이 자율적 주체이다. 나는 왜 이렇게 육류를 먹어야 하는가 환경론자의 말을 들으며 나만의 자율적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게 되었다. 어린 시절 이렇게까지 육류를 먹지 않고 자랐는데 어느 날 갑자기 육류 없이는 요리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환경을 위해서 시작한 일이라고 표면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내 내면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주체에 대한 욕망이 강했다.

자본주의가 오랜 시간 이어지면서 민낯과 함께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삶에 대한 판타지는 여전히 자본주의 모습이다. 의식적으로 벗어나려고 해도 어느 틈에 나의 삶을 장악한다. 우리는 지금의 문화에 너무 익숙해지는 바람에 그 힘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깨닫지 못한다. 코로나 팬데믹도 갑자기 온 것이 아닐 것이다. 나는 육류가 아닌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하고 있다. 자연스레 다른 재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다른 맛을 알게 되어 요리가 새삼 재미가 있다. 어류로 만들 수 있는 요리도 많다. (스페인에서도 참치 요리, 엔초비 요리가 많았다.) 영양상으로 육류 단백질이 꼭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나는 다른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스페인에서는 비건이라는 단어를 아주 자연스레 쓸 수 있었다. 어디든 비건 메뉴는 항상 있다. 대한항공도 비건 요리를 제공한다. 더 맛있어 보인다며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비건 요리는 맛이 없고 메뉴가 많지 않을 거라는 좁은 편견이 여전히 있지만 생각보다 쉽게 실천할 수 있고 다양한 요리가 있다.




갈리시아 지방의 시작은 오 세브레이로이다. 갈리시아주는 대서양으로 흐른 멕시코 난류가 흐르기 때문에 아일랜드와 비슷한 날씨를 보인다. 해안이 가까워 해산물이 풍족하여 비가 오면 문어와 조개, 진하고 뜨거운 고기 스튜 같은 수프를 먹는다. 이곳에는 시래깃국이 있다. 심지어 한국말로 쓰여 있어 깜짝 놀랐다. 시래기 같은 풀과 감자를 섞어 만든 수프이다. 제법 시래깃국과 맛이 비슷하다. 많은 한국인이 맛을 보고 시래깃국과 비슷하다고 말해서 이렇게 탄생한 요리인가 보다. 나는 뜻하지 않게 한국 음식을 맛보게 되었다. 유명한 문어요리 뽈뽀도 자주 먹을 수 있다.


갈리시아는 스페인에서 가장 가난한 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 범죄가 가장 적은 주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와 주민들이 정을 느껴 정신적인 평화로운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오 세브레이로는 고지대에 있는, 순례자에 의한, 순례자를 위한 아름다운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