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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Jan 03. 2022

검사받지 않아도 되는 독서감상문

유설화의 <슈퍼거북>, <슈퍼토끼>


거북이는 느리다고 자꾸 까부는 토끼가 얄미워 무모한 경주 시합을 제안한다. 아, 그런데 토끼가 경기 도중 잠자는 것이 아닌가, 기회다 생각한 거북은 우승을 차지한다. 토끼는 어떻게 잠들었는데 혼자 달릴 수 있냐고 무효라고 화를 낸다.

잠자는 토끼를 깨워야 했느냐, 말았어야 했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꾸물이 거북은 토끼를 이겨 갑자기 스타가 된다. 이변이 일어났다고 신드롬이 인다. 그러나 일상에서 만난 꾸물이는 느리다. 동물들이 수군댄다. 거북은 본성을 누르고 빠른 거북이가 되고자 무진장 끊임없이 노력한다. 드디어 꾸물이는 빨라졌다. 토끼의 도전장을 받아들인다. 거북이는 예전의 꾸물이가 아니다. 토끼를 현저하게 앞선다. 그러다 너무 피곤해 경기 도중 잠든다. 기회다 생각한 토끼는 우승을 차지한다. 어, 전에 토끼는 거북이가 깨우지 않았다고 나무라더니 왜 자신도 거북을 깨우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거북은 경주에 져서 다시 느리게 살 수 있어 행복했다.

잠자는 거북을 깨웠어야 했느냐, 말았어야 했느냐 여전히 문제다.



사실 그동안 토끼는 거북이에게 지고 너무나 창피해서 살 수가 없었다. 어떻게 토끼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세상에서 제일 느린 거북에게 질 수가 있느냐 말이다. 아예 토끼는 스스로 망가진다. 살이 찌고 본성을 누르고 느리게 느리게 사는 훈련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달리는 무리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엉겁결에 달리게 되었다. 그 때 맡은 바람 향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시원했고 풀과 흙 냄새는 싱그러워 달리는 맛이 더했다. 아, 토끼는 달려서 그냥 달려서 행복했다.



슈퍼가 되기 위해서, 일등이 되기 위해서는 갈등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나같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또는 나는 그동안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왔나 생각해보았다. 자는 경쟁자를 깨우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무엇이 정당한 시합인가. 잠을 잔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고 잠을 깨우지 않은 사람이 죄책감을 갖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그러나 그렇게 차지한 우승은 무언가 정당하지 않고 온전히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깨우고 다시 달리자고 하기에는 너무 착하다는 생각도 들고. 아, 그래서 철학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상대방을 깨우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나중에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다. 보다 더 값진 우승을 차지 하기 위해서이다. 또 경쟁자를 시합에서만 경쟁하고 일상에서는 편하게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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