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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Dec 13. 2021

고놈 맛있겠다

소설 여섯 마지막회



그녀는 동물보호단체에서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냄새로 찾을 수 있다는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을 뚫고 역한 냄새가 흐린 사물을 뚜렷하게 만든다. 빛은 없지만 지독한 공기의 흐름을 따라갔다. 몇 걸음 만에 더욱 선명해진 지독한 냄새에 눈살과 오만상이 찌푸려지고 코를 무엇으로든 막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코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냄새에 질식해서 죽는다는 말을 이해할 것 같았다. 옷소매로 코를 틀어막고 옷소매를 잡아당겨 구역질을 막기 위해 입까지 막았다. 이어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개의 애처로운 울부짖음이 들렸다. 녹이 슨 커다란 쇠사슬에 묶여 두어 번 뛰어오르는 개의 소리였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쇠 긁는 소리는 짧은 걸음을 한 개를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잔인한 단두대에 올라가기 전의 죄수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앞에 손에 잡히는 냉장고 문을 여니 죽은 아기 강아지들이 층층이 포개져 있었다. 큰 개의 새끼인 양 작은 개는 닮았다. 왜 태어나자마자 죽었을까 비싸게 팔렸을 것 같은데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가자 바로 정답을 알 것 같았다. 이 곳은 죽음의 공간이지 결코 생명의 장소가 아니었다. 배설물이 엉겨 붙어 커다란 언덕 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자세히 보니 구더기가 열심히 소화를 시키고 있었다. 온갖 박테리아와 균이 살아 있는 곳은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 아닌 생명을 다시 흙으로 보내는 처리장이었다. 개들은 외음부 탈장으로 항문과 내장이 밖으로 튀어나와 시뻘건 살덩어리를 혹처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그 곳에도 여지없이 구더기는 달라붙어 있었다. 훅 역한 또 다른 냄새가 옷소매 구멍 사이로 들어온다. 눈을 돌려보니 음식 쓰레기가 썩고 있었다. 썩는 것이 아니라 익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파리와 바퀴벌레로 들끓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그녀는 생각했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 곳은 개들만이 홀로 죽음을 기다리는 마지막 정거장이었다. 이슬 먹은 장작더미와 녹슨 커다란 가마솥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는 물이 펄펄 끓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가마솥으로 갔다. 눈을 질근 감고 감자를 가마솥에 집어넣었다. 몇 개월 동안 그녀의 옷에 배인 냄새가 없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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