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기까지

by 홍지현


사교육의 소비자인 학부모였다가 사교육 생산자의 일부인 독서지도사가 되어보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우선 나는 자격이 되는가 고민하는,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던 것 같다. 책은 좋아하지만 돈을 받고 원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분은 자꾸 삐걱거렸다. 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목적이 없었다. 한글을 깨치기 위해 그림책을 읽지 않았고, 내용이 무엇인지 디테일하게 물어보지 않았고, 주제는 나도 헷갈려서 말하지 않았다. 책은 독자에게 넘어가는 순간 독자가 곧 작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독서의 목적은 분명하다. 그리고 다양하게 많다. 집에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으니까 이 독서수업을 통해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논리 정연하게 말도 하고 글도 잘 썼으면 좋겠고, 맞춤법도 앞으로는 안 틀렸으면 좋겠고, 독해력이 늘어나 서술형 수학 문제를 잘 풀었으면 좋겠고, 아직 초등학생인데도 대입 논술 시험을 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솔직히 말한다. 갑자기 글을 잘 쓸 수도 없고 갑자기 책을 좋아할 수도 없다고. 짧게는 2년 걸리지만 3년 이상 꾸준히 읽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다 보면 독서 습관은 생긴다고 말한다. 독서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과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7년 동안 많은 아이들을 가르쳐본 결과 책이 너무 좋다는 아이는 안타깝게도 적다. 오히려 나보고 선생님은 책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들이 많다.



책을 좋아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뭘까. 우선 아이들이 책을 읽을 시간이 너무나 없고 책을 학습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니엘 페나크가 쓴 책 <소설처럼>이 떠오른다. 부모가 밤마다 아이들의 침대에서 들려준 이야기나 읽어준 책이 가장 행복한 독서라고 작가는 말한다. 목적 없이 가만히 듣기만 해도 되고 엄마, 아빠의 따뜻한 체온과 목소리를 느끼며 듣는 이야기가 최고의 독서라고. 소설을 재미로 읽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바쁘고 빨리 돌아가니까 책을 온전히 재미로 여유롭게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선택한 사교육 독서는 조금 욕심이 붙는다. 사교육 독서는 책의 내용을 꼼꼼히 빈틈없이 물어보고 답을 적어야 하고, 글도 짜임새 있게 써야 하고 재미없게 주제도 글감도 다 정해준다. 아이들에게 나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러다 오히려 책을 안 좋아하게 되거나 안 좋은 기억만 남으면 어쩌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재미있게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반복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퀴즈 맞추기처럼 내용 맞추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 재미없을 거라는 생각도 나의 편견이었다. 이렇게 쓰라고 해도 마음대로 쓰는 아이들도 많다. 다양한 의견을 내기도 한다. 기초를 튼튼히 하는 부분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최소한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아이들이 주도하는 수업, 생각거리가 많은 수업을 할 수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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