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1권의 책을 일주일 동안 읽어오라는 것은 무리였다. 다독은 부모의 욕심이지 아이들은 책을 기억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읽어오지 않는다. 4~5명 그룹 수업을 하는데도 한 명도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읽어온 것 맞지?" 물으면 "네"라고 말하지만 나의 눈을 피한다. 안 읽었다. 그럼 몇 페이지를 보라고 한다. 조금 읽은 아이들은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아, 맞다"라고 대답하고, 읽지 않은 아이들은 고개만 끄덕인다. 아니 그 순간 책을 읽고 재미를 느낀다. 어떤 아이는 궁금해서 다음 장까지 읽는다.
1권의 책을 이 주일 동안 읽기로 마음먹었다. 반 만 읽어오라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환호한다. 부모님에게는 정독을 한다며 설득했다. 역시 이제야 아이들이 읽어온다. 나도 어른들과 독서모임을 한다. 책을 안 읽어오는 어른들이 많다. 핑계도 아이들과 똑같다. 너무 바빴고, 급한 일이 생겼고, 또는 읽긴 읽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도 아이들의 핑계와 같다. 나는 책을 읽어온 아이들에게 우선 칭찬한다. 사실 어른들도 안 읽는다고 말을 해주며 고맙다고 한다. 그러나 대가는 없다. 책을 읽었으니까 사탕을 준다거나 선물을 주지 않는다. 부모들도 책을 읽으면 게임 한 시간을 하게 해 준다는 약속을 하면 안 된다. 어떤 학교에서는 벌칙이 책 한 권 읽고 독서 감상문 쓰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아, 독서의 위치가 이렇게 자꾸 내려가면 안 된다.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킨 성실성, 자기와의 약속을 지킨 근면성만 칭찬하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어른은 보상을 해야 한다’ 안건으로 아이들과 간단한 토론 해보기도 권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권을 이 주일 동안 나누어 읽으니 재미있는 책은 2번~ 3번 읽어오기도 한다. 전에 시간이 없었던 아이들 맞나 싶다.
눈에 띄지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달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끔 달을 바라보며 언제 반달이 되었지, 어, 벌써 보름달이네, 예쁘다고 감탄을 하듯이 아이들도 어느새 이런 멋진 생각을 하게 되었지 놀랄 때가 많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부족한 면도 보인다. 특히 칭찬에 목마른 아이, 아는 것이 많은 아이는 답만 맞추는 것을 좋아한다. 답을 공유하려 하지 않기도 하고 조금만 피해를 주어도 짜증을 낸다. 또 고정된 편견도 버려야 한다. 단단한 생각은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하고 나 안에 갇히게 만든다. 넘치는 지식도 비울 때가 필요하다. 그 틈으로 감정이 들어가기도 하고 친구의 모습이, 이웃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 들어가기도 한다. 보름달이었다가 조금씩 비우는 달의 모습도 아름답다. 어, 어떡해, 달이 작아지고 있다며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시 채워질 거니까. 이렇게 나의 교육관을 담은 달의 모습으로 "하루달" 학원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