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6 기록
어느덧 덴마크에 온 지 한 달 하고도 3주가 지났고 이제는 거의 적응을 다한 듯싶다. 학교생활, 기숙사 생활 등등.
일단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시험을 치렀다. TEMO라는 수업의 시험인데 사실 우리 과의 시험과 거의 유형이 비슷해서 새로운 점은 없었다. 굳이 다른 점이라면 시험 감독이 조교가 아니고 다 노인분들이라는 점? 아마도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일종의 실버산업의 일부가 아닌가 싶다. 주말에 한가한 노인분들의 알바로 정말 좋을 듯.
아무리 교환학생 성적은 P/F로 처리된다 하더라도 반타작은 해야 될 것 같아서 시험 전 며칠간은 공부를 좀 했었다. 도저히 방에서는 집중을 못할 것 같아 이 학교의 자랑 중 하나인 skylab에 매일 갔다. skylab은 DTU 학생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토의하고 연구할 수 있는 건물인데 그 시설이 전적으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이 싱크대에서 감명을 받았는데 기숙사 부엌보다 주방용품이 많은 것은 물론, 커피머신이 있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도 이런 시설이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이런 베푸는 시스템을 우리는 100%가 아닌 300%만큼 이용하려 하니 절대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여기 있는 동안 100%만큼 이용하리라.
이렇게 내부시설에 투자를 많이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건물 외관의 비용을 줄였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skylab은 엄청나게 큰 컨테이너 박스다. 덴마크의 명물일 정도로 덴마크는 컨테이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내가 사는 기숙사도 컨테이너이고. (덕분에 시설에 비해 기숙사비가 저렴한 편) 우리나라도 컨테이너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렇게 활용한다면 시간은 물론 비용도 절감하고 여러모로 이득이지 않을까 싶다.
저번 주에는 팀플 과제 때문에 METRO라는 덴마크 국영 철도 기업을 방문했다. 이 과제는 기업이 현재 시행하거나 시행했던 '변화'에 대해 분석하고 해결방안 등을 내는 것인데 METRO 기업이 꽤나 협조적이어서 놀랐다. 학생들을 믿고 자신들의 기업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팀원들한테 물어보니 이 기업뿐만 아니라 덴마크 전체적으로 학생들과 협업을 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업률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덴마크에서는 실업상태가 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덴마크어만 할 수 있다면 거의 누구든지 쉽게 직업을 구할 수 있다. 일단 인구가 적어서 가능한 얘기들 같다. 그리고 코펜하겐이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외곽지역은 정말 개발이 안되어 있다. 허허벌판이 아직도 많은 편. 지하철 노선도 2개 노선밖에 없어서 확대할 생각에 골치가 아프다고 하니... (이 기업의 고민 중 하나가 지하철 노선을 확장해야 하는데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우리나라와 자연히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현재 우리가 취직이 잘 안되고 일자리가 없는 것은 높은 인구 밀도와 급속한 경제성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적당히 모든 것이 발맞추어 성장을 했어야 하는데 도시의 기반 시설들과 건물들은 엄청난 속도로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느리게 진행되고... 그에 비해 덴마크는 '차곡차곡'의 느낌이다.
시간이 빌 때면 학교에서 나와 코펜하겐 시내를 구경했다. 나중에 누군가 코펜하겐 맛집하고 명소 추천 좀! 이렇게 부탁할 때 말해줄 수는 있어야 될 것 같아서 가능한 자주 가보려고 한다.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국립 미술관, 국립박물관, 유명한 케이크 집도 찾아다니고 그냥 발걸음 닿는 대로 보이는 곳을 들어가 보기도 하며 최대한 다 가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앞으로도 갈 곳이 무척 많다)
이곳은 NORMAL이라는 곳인데 우리나라의 올리브영과 비슷하다. 캐릭터가 눈에 띄어서 들어가 봤는데 일단 영국에서 발견한 인생 샴푸를 찾아내서 무척 기뻤다. 그리고 가격을 보니 모든 것이 일반 마트 가격의 3분의 1 가격이었다. (한국보다도 싼 편) 감동을 바로 느꼈고 단골이 되리라고 다짐했다.
Urban Outfitters라고 한국의 aland 같은 곳이다. 미국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길가다가 보고 깜짝 놀라서 바로 들어갔다. 옷과 가방, 소품들이 모두 내 스타일이었음.
그리고 가장 좋았던 Royal Copenhagen과 Illums Bolighus. 덴마크에 오기 전에 이렇게 가게 된 거 북유럽 디자인이나 보고 다니며 안목이나 기르자!라고 다짐했는데 이 목표를 이룬 느낌이 들었다. 의자 하나하나에 앉아보기도 하고 (정말 신기한 게 아무리 불편해 보여도 앉으면 극락같이 편하다) 배치된 가구들을 보며 나중에 내 집도 이렇게 꾸며야지 하며 상상도 하고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생활 용품을 파는 곳이라 가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특이한 점은 우비 코너가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비가 자주 오는 곳이고 동시에 자전거를 많이 타는 나라라서 사람들이 우비를 많이 입는 것 같다. 정리하자면, 덴마크 생활모습을 유추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는 것.
학교생활, 덴마크 생활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해 먹는 요리들도 발전하고 생활의 지혜들도 축적되고 있다. 요리로는 고추장 삼겹살, 닭볶음탕 등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축적된 생활의 지혜 중 하나는 남방류를 거꾸로 걸어 놓으면 주름이 자연스레 펴진다. 다리미가 없는 게 걸렸지만 이렇게 네이버 블로그가 다 해결해주었다. 그리고 옷에 붙은 먼지는 수세미나 스펀지를 이용하면 된다. 쓱쓱 문지르면 먼지가 털어진다. 이런 성과물(?)들이 가장 보람차게 느껴질 정도로 타지에서 생활해보는 것은 정말 한 번쯤은 해볼 만한 경험인 것 같다.
'19년 감상평:
유럽 이민이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