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9 기록
말뫼는 스웨덴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남쪽에 위치해 코펜하겐에서 가기 가까워 한번 가보게 되었다. 당일치기로. 공항에서 기차를 타면 약 30 분만에 바로 도착하는데 새삼 다시 한번 코펜하겐의 위치에 감탄했다. 교환학생 생활에 참 적절한 도시인 듯싶다. 사실 말뫼는 가기 쉽다 보니 dtu의 교환학생들은 한 번씩은 가보는 듯하다. 그러나 가본 사람들 후기가 그렇게 기대는 하지 말라는 평이 대부분이어서 나 역시 마음을 비우고 갔다. 일단 볼거리가 없다는 점이 실망의 주된 이유였고 분위기도 코펜하겐과는 별 차이가 없어 새로움을 못 느꼈다고 한다. 나는' 스웨덴'에 간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전에 어디서 읽은 바로는 북유럽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웃을 잘 만나서 라는데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는 서로 공존하면서 잘 사는 법을 모색하고 추구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북유럽 나라 모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즉, 인접국가의 환경오염으로 피해받는 일이 매우 적다는 것. 특히, 말뫼는 친환경 도시로 매우 유명하다. 나중에 다녀와서 검색한 바로는 말뫼는 100%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도시라고 한다. 원래는 보잘것없고 황폐한 땅의 도시였는데 단숨에 탈바꿈하여 살기 좋은 도시 1위로도 뽑혔다고 하니, 이점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도시인 듯싶다.
(이날은 코펜하겐은 물론 날씨가 웬일로 구름 한 점 없었던 날이었다. 덕분에 편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말뫼의 첫인상은 위 사진과 같이 덴마크보다도 더 한가하다는 것이었다. 인구밀도가 작은 게 바로 느껴진 도시.
사실 나는 덴마크에서 외식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맥도널드 비롯 햄버거, 핫도그 집 제외) 살인적인 북유럽 물가가 무서운 것도 있고 덴마크에서는 굳이 사 먹지 않아도 해 먹으면서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다 보니 카페와 음식점을 자연스레 가지 않게 되었다. 말뫼에서 처음으로 '북유럽에서의' 외식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스테이크를!. 생각해보니 이제 동안 북유럽의 음식점 계산 방식도 몰랐었다. 프랑스나 스페인은 일단 자리에 착석하고 나중에 나갈 때 지불하면 된다. 그런데 덴마크에 살면서도 어떤 방식인지 몰랐으니 이건 아니다 싶어 과감히 스테이크 집과 카페를 찾아갔다.
(MANDO STEAK)
(스웨덴의 카페베네, Espresso House에서 마신 거대한 벨지움 커피. 맛은 카페베네 아님)
식당과 카페 모두 결제방식은 한국과 비슷하다. 식당에선 나갈 때 카운터에서 계산했고, 카페에선 한국과 같이 주문할 때 바로 결제했다. 덴마크 식당도 조만간 찾아가 봐야겠다.
말뫼는 청정도시다 보니까 곳곳에 공원들이 깔끔하게 잘 조성되어 있었다. 드넓은 영국의 공원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햇살과 함께 어우러지는 연두 잔디밭과 파란 호숫물은 과장 없이 최고였다.
볼거리가 가득해 항상 사람이 붐볐던 프랑스와 스페인과 달리 어딜 가나 한적한 이런 곳을 걷다 보니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 이런 게 북유럽의 묘미인가 싶기도 했고...
스웨덴에는 Fika라는 개념이 있다. '티타임'과 비슷한 용어인데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소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일컫는다. (cf> 스웨덴 사람들의 커피 소비율은 세계 1위) 덴마크에도 비슷한 용어 Hygge가 있는데 역시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고유 개념만 봐도 북유럽이 얼마나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엿볼 수 있다. 스웨덴에 왔으니 fika는 해봐야지 하고 espresso house에 이어 두 번째 카페를 찾아갔다.
(사실은 fika를 목적으로 카페를 찾아간 것이 아니라 조각 케이크를 먹으러 간 것인데 얼떨결에 fika를 하게 됨)
여기서 스웨덴 카페(체인점 제외)만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에는 보다시피 커피가 없다. 간단한 에스프레소나 카페라테 같은 류는 직접 컵과 커피가 배치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따라오면 된다. 그것도 무제한!.(스웨덴 사람들이 얼마나 커피를 즐기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 두 사람이라 사실은 컵 2잔 값을 지불해야 했지만 우리는 코리안이기에 컵 하나 비용만 지불하고 두 번 리필해서 마셨다. ;;;;
말뫼는 사실 항구도시여서 바다경관이 유명하다. 내가 말뫼에 가기 전에 유일하게 기대한 부분이기도 했다. 해안가 산책. 그래서 바다 근처로 갔는데 바다경관은 둘째치고 깔끔하게 조성된 해안가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바다는 니스를 이길 곳이 없다 생각했는데 니스와는 다른 느낌으로 최고로 좋았던 해변가였다. 무엇보다 바르셀로나 해변같이 잡상인이 없어서 조용히 산책하기 좋았고,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아무 데나 앉아도 바다를 잘 감상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해 질 녘까지 기다렸다가 노을까지 감상했었는데 그때 북유럽으로 교환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도시는 생각도 안 했을 것이고 이런 여유로움은 못 느꼈을 것이다. 물론 유럽의 다른 나라로 갔으면 보다 저렴한 물가를 즐기며 생활할 수는 있었겠지만 북유럽만의 깨끗한 환경, 여유, 시민의식 등은 절대 몰랐을 것이다.( 엄마 아빠 말 듣고 싱가포르 갔으면 후회했을 뻔^^)
말뫼 여행을 하고 북유럽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서 스톡홀름을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원래는 물가만 비싸고 별거 없겠지 하는 생각에 안 가려 했지만 아무래도 북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는 가봐야 후회를 안 할 것 같다.
'19년 감상평 :
요즘 사무실에서 답답할 때 생각나는 도시 중 하나. 결국 스톡홀름은 못 갔는데 언제 가지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