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8 기록
원래는 오덴세를 가려고 했었다. 오덴세는 코펜하겐만큼이나 나름 덴마크에서 유명한 도시이고 안데르센의 고향이라고 하니 한 번은 가야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통편과 박물관 입장료 등을 알아보니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더 멀리 있는 오르후스보다 교통비가 비싸다..) 그리고 검색하다 보니 오덴세는 안데르센이 정말 태어나기만 하고 실질적으로 머무른 시간은 별로 안된다 해서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었다.
로스킬데는 사실 락 축제로 유명하다. (유럽 5위권 안에 들 정도!) 아쉽게도 나는 이미 그때쯤이면 출국한 뒤라 가지 못한다. 그래서 로스킬데는 축제도 못 보니 굳이 갈 필요는 없겠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관광 책에서 로스킬데에는 대성당이 있는데 그곳에 덴마크 역대 왕들의 관이 다 있다고 하는 글을 보았고 이 정도는 봐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로 출발했다.
가장 먼저 대성당부터 찾아갔는데 덴마크에서 이렇게 큰 성당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웅장하고 거대했다. 이 성당은 북유럽의 많은 성당 건축에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꽤나 있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하다)
(솔직히 내부는 다른 유럽의 유명한 성당 같이 화려하거나 고풍스럽지는 않다. )
그러나 성당 곳곳의 방으로 들어가면 볼거리가 풍성하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거의 모든 왕들의 묘들이 다 있다. 시대별로 나뉘어 있어서 관의 디자인과 장식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도 해볼 수 있었다.
(가장 웅장하고 오래된 묘)
(노지식)
(유럽 계몽주의 시절의 왕, 크리스티안 7세. 유일하게 아는 덴마크 왕)
(근대의 왕. 앞의 조각상은 인어공주가 모티브라고 한다. 어찌 보면 가장 덴마크스러운 장식 아닐지)
평생 볼 관은 여기서 다 본듯하다. 현 여왕의 미래 자리는 어딜까 하고 둘러봤는데 빈 공간이 없었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
대성당을 다 보고 공원을 지나 항구 쪽으로 갔다. 그곳에 바이킹 배 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은 나름 덴마크에서 가고 싶었던 박물관 중 하나였다.
(봄기운 가득한 공원)
공원에서 딸기를 먹으면서 좀 쉬다가 바이킹 박물관에 도착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바이킹들이 사용했던 (재현한) 배들을 굳이 표가 없어도 다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빈약해서 실망스럽기도.
가다 보니 항구 쪽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Paradis라고 덴마크에서 가장 흔한 아이스크림 가게인데 아직까지 못 먹어봐서 바로 사 먹어봤다. 내가 고른 맛은 산딸기 맛이었는데 지금까지 먹은 아이스크림 중 탑 3에 들 정도로 맛이 일품이었다.
항구를 지나 작은 언덕을 올라가 봤다.
벤치가 참으로 아늑하게 있어서 앉아서 조용히 하늘을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덴마크 어린이들이 다가왔다. 동양인은 처음 보는지 내게 계속 말을 걸었다. 덴마크어로.. 당연히 못 알아들었다. 그럼에도 계속 자신들의 이름을 소개하면서 덴마크어로 질문을 했다. 어찌나 궁금하던지.
(danish children... 올리버와.. 여자아이. 발음이 너무 어려운 이름이라 까먹음)
로스킬데에는 나름 전통가옥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거주 지역을 산책했는데 알록달록한 집 구경을 하는 맛이 쏠쏠했다.
정리하자면, 로스킬데는 무언가 '서민적'인 느낌이 강한 도시였다. 사실 로스킬데 역에서 처음 나왔을 때는 덴마크 치고 거리가 너무 지저분해서 실망하기도 했는데 달리 보면 '인간적'인 느낌이었다. 동시에 대성당 같이 문화재도 있으면서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락 축제가 열리는 곳이라 그런지 다양한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고!
'19년 감상평 :
진짜 산딸기 아이스크림 급구. 잊고 있었는데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