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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영 May 12. 2019

이탈리아 뒷북 기행

2016.05.16~2016.05.22

   고장 난     블로그 써가는 게  더 이상의  . 5 노르웨이, 이탈리아를  6  스위스 여행을 .  그 중 3년이 흐른 후에도 뒷북 기행을 쓰고 싶은 나라가 한 곳이 있는데 바로 이탈리아다. 

 사람들이 흔히 여행을 하는 이유를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전까지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랬던 내게 일주일 간의 이탈리아 여행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비로소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1. 그냥 큰 거! 엄청 큰 거!

로마에서는 투어를 통해 여러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기대도 안 했지만 압도당한 곳이 있었는데 바로 콜로세움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콜로세움은 거대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무슨 정신으로 이렇게 크게 만들었담;;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압도당했다. 숙소에서 진행하는 야간투어에서도 콜로세움을 봤는데 낮이건 밥이건 압도당하는 기분이 좋아서 실컷 감상을 하고 온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당시에 깨달았던 것이 생각해보면 내가 특히 좋았다고 생각한 여행지는 무언가 '큰 것'이 있는 곳이었다.

에펠탑의 파리와 피오르드의 노르웨이 하르당에르가 대표적이다. 좀 더 어릴 적까지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 처음 미국 여행을 했는데, 콜라 하나부터 스케일의 차이가 남달라서 신기한 마음에 푹 빠져서 왔던 기억이 있다. 

다시 말하면, 콜로세움에서 느낀 것과 같이 이전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어떤 것'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즐기는 것 같다. 

콜로세움 아침 버전


2.  날씨는 중요하지 않으면서, 엄청 중요함

이탈리아에 간다 하니, 너도나도 추천한 여행지가 있다. 바로 친퀘테레.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 되는 곳이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한적한 경치로 유명한 곳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친퀘테레가 별로였다. 그 이유는 비바람이 너무 심해서인데, 말 그대로 '개고생'을 하고 와서 친퀘테레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우산도 날아갈 뻔하고, 비가 와서 다들 실내를 찾다 보니 친퀘테레의 모든 식당이나 카페는 만원이었고, 온도가 낮아져서 추웠다. 

흔히 상상한 친퀘테레와 다른 모습

사실 그전까지는 날씨가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비가 오면 비 오는 분위기를 즐기면서 다니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보다 날씨가 내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였는데 친퀘테레를 전후로 그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이후로 어떤 여행지를 갈 때, 모두가 칭찬하는 여행지라 할지라도, 그날 날씨가 안 좋으면 과감히 포기하려 하는 편이다. 


3.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의 문제

스테이크 요리에 비교해보자면 앞의 1번과 2번은 고기에 후추 뿌리는 수준으로 고려하는 것이라면, 지금 3번에 해당하는 여행 파트너는 메인 재료인 고기나 다름없다. 일단 이탈리아는 혼자 여행을 시작했다. 이탈리아에 오기 전부터 혼자 여행을 했던 곳이 꽤 있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때부터는 고독을 즐기는 것이 아닌 슬슬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즉, 다시 비유를 하자면 그때부터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은 요리할 재료조차 없어서 굶주리게 되는 느낌이었다. 이전 여행지에서는 이 외로움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탈리아에서 비로소 고통을 느꼈다. 몇 가지 계기가 있었는데, 

1) 로마 일일투어 

일일투어를 신청했는데, 나와 어떤 여자분을 제외하고 모두 가족과 신혼부부들이었다. 투어 내내 서로 사진 찍어주고 감상을 나누는 그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나는 가이드 아저씨가 찍어주심...)

2) 우연히 마주친 동기

로마 길거리에서 파스타를 먹고 있는데, 정말 영화 같게도 대학교 동기를 마주쳤다. 동기는 이탈리아에서 동행을 구해서 여행하고 있었는데, 그 동행자는 우연히 나와 같은 숙소에서 지내고 있어서 잠깐 동안이지만 셋이 다녔었다. 처음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 좋게 여행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 

3) 야간투어를 함께 한 모녀 여행자들

숙소에서 진행한 야간 투어를 한 모녀커플과 함께 했다. 딸은 나랑 동갑이었는데, 놀랍게도 나와 같이 덴마크 교환학생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유럽 여행 중이었다. 함께 덴마크 얘기를 좀 나누었는데 어머니께서 덴마크 오르후스 공원을 산책했는데 정말 천국 그 자체더라 라고 하셨다. 나도 덴마크에서 지내면서 가족들도 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이 순간 엄마가 엄청 보고 싶었다.

이렇게 멋진 곳도 혼자 보고 있으니 감흥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여행하는 외로움이 커지다 보니, 위 사진과 같이 누구나 가고 싶게 할 만한 피렌체 광경을 보고도 감흥이 없었다. 


지금도 사실 혼자 여행했던 유럽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서 다시 색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실제로 작년에 중학교 친구들과 런던과 파리를 다시 찾아갔었다. 이탈리아는 내 외로움을 극대화했던 곳으로, 그 어느 곳보다 누군가와 다시 함께 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은 이탈리아에서 느낀 '동행자'의 중요성을 느낀 후 현재의 내 마음이다. 


1) 어딜 가느냐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같은 여행지라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감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행지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갔었던 나라는 안 가려 했었는데, 이제는 상관없다. 

(물론, 색다른 곳을 가고 싶은 욕구는 그대로 남아있음....)


2) 요리 재료가 다양해졌다. 

나는 유럽에서 그 유명한 유랑에서 한 번도 동행을 구한 적이 없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해야 하는 귀찮음을 감수할 바엔 혼자가 낫지 라는 마음에 안 했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여행은 나랑 친한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유럽 여행 이후, 이런 나의 편견은 완전히 깨지게 되었다. 얼마나 친한지는 상관없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 친해지고 있는 사람, 어색했던 사람, 친했지만 여행은 한 번도 안 해본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과 여행을 간간히 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누군가와 여행을 하는 것은 쉽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혼자 하는 여행보다 낫다. 그래서 앞의 비유로 다시 돌아가자면 예전에는 스테이크만 고집했는데 이제는 생선요리도 할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선보다 스테이크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여행의 포만감으로 인한 기분 좋음은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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