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9 기록
이제 겨우 이주밖에 안 지났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은 굉장히 많았다.
일단 건물.
이게 보통의 현대식 건물인 듯하다. 보이는 것과 같이 전체적으로 창문이 많고 크다. 걸어 다니다 보면 집 내부가 다 보인다. 커튼도 굳이 안쳐놓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집 안에 있는 사람과 눈도 마주치기 일쑤였음). 외관뿐만 아니라 학교 건물 안을 들어가도 벽 대신 유리창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내 추측으로는 아마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담긴 모습이 아닐까 싶다. 특히 겨울에는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정도만 해를 볼 수 있어 그 존재는 더욱이 소중하다. (나 역시 조금이라도 햇빛이 있다면 실내에만 있기 아까워서 바로 나가게 된다). 집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동차 창문도 선팅이 안되어 있는데 이역시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 같다.
-맑은 날의 아말리엔 보리 궁전. (여왕이 사는 곳)
물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는데 정말 비싸긴 비싸다. 제대로 된 식당에서의 외식은 엄두도 못 내겠다. 그래서 다 해 먹거나 아니면 학교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장도 자주 보러 가게 된다. 일단 마트의 물가는 그다지 충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보다 싼 품목도 많았다. 스파게티면은 600원, 우유는 800원 등등... 그렇다고 맨날 스파게티만 해먹을 순 없는 노릇이라 앞으로 무엇을 해 먹어야 할지 매일 고민이긴 하다. 교통비의 경우, 역시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은근슬쩍 올라간 한국 교통비는 이제 귀엽게 느껴진다. 다행히 옷의 경우 한국과 거의 동일한 듯하다. h&m을 구경 갔는데 질이 별로이긴 했지만 2만 원 이내의 티셔츠도 볼 수 있었다. 즉, 덴마크 물가를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비쌀 건 비싸고 쌀 것은 싸다'이다. 사람 손을 거친 것은 값이 두배로 올라가는 느낌을 받는데 그만큼 인건비가 높고 '사람'을 중요시한다는 것이겠지.
이제 완전히 적응됐다 라고 하기는 너무 거창하고... 맨 처음의 막막함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아직 학기 시작하고 수업을 첫 주만 들어서 그다지 바쁘지도 않고..(전혀 바쁘지 않아서 문제) 어떻게든 알차게 시간을 보내봐야지 하다가도 언제 한번 이렇게 놀아보려나... 싶은 마음에 나태해지기도 하고... 일단 여행을 계획 중이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니스로 출국하고 다다음주 2월 말에는 런던으로 떠난다. 니스 하고 런던은 내가 유럽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다. 두 군데 모두 좋아하는 영화들의 배경이 된 곳이라서 예전부터 꼭 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두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인데 처음에는 내가 운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어떻게든 가고 싶은 여행지에 결국 가게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고등학교 때 미국 여행부터 시작해서 작년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서 해리포터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가게 되고.. 막연하게 카오산 로드에 가고 싶었는데 또 바로 가게 되고... 그리고 앙코르와트에 가서 이국스러움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는데 여름에 곧바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유럽에 오자마자 가장 가고 싶은 곳부터 가게 되고. 그런데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운이 좋았던 게 아니고 이런 기회를 내가 만들어 왔던 것 같다. (나는 고등학교도 그 학교가 미국으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해서 준비했었다) 돌이켜보면 다 나의 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새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임을 깨달았다. 여건이 되었을 때 바로 도전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고.. 이런 것을 초기에 깨달아서 다행인 듯싶다.
'19년 감상평: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을 과거의 내가 해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