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던 시절의 유럽 여행[2]
스마트폰은 없었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은 마음껏 쓸 수 있던 시절, 가이드북 외에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대부분 네이버 블로그였다. 그리고 그 당시 이스탄불에 저렴한 가성비 숙소로 유명한 곳이 있었다. 하룻밤에 단돈 10유로(당시 15,000원 정도)에 호스텔 주인이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어 나름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혼자서 가는 첫 여행. 그것도 아시아가 아닌 유럽 여행. 그리고 첫 도시.
숙소 주인이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은 엄청난 매리트로 느껴졌다. 여행 정보를 얻기도 쉬울 것 같고 예상밖의 일이 터졌을 때 어쨌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호스텔 주인과 이메일을 통해 예약을 진행했고 공항에서 호스텔까지의 픽업도 신청했던 것이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을 했는데 일단 숙소는 지하였다. 다음 날 아침에 나와서 보니 지하라고는 해도 그냥 평범한 건물에 위치한 숙소였는데 밤에 보니...여길 내려가도 되는지 의심이 되는 모습이었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서 체크인을 하고 안내 받아 들어간 내 방(?)은 2층 침대 2개가 놓인 방이었지만 옆 방과의 벽도 방문도 없었다. 그저 커튼이 모든 걸 대신하고 있었다.
커튼으로만 나눠진 방들, 방문 대신 커튼만 있는 방을 보고 솔직히 나가야 하나, 지금 나가서 다른 숙소 찾아야 하나, 지금 나가면 다른 숙소 찾을 수 있을까, 인터넷도 없어서 직접 호텔 다니면서 찾아야 하는데 근처에 호텔은 많은가 등등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하지만 하루종일 비행기를 타고 와서 피곤하고 늦은 시간에 다른 호텔 찾을 자신도 없어서 일단 하룻밤은 여기서 자기로 했다.
대충 짐을 풀고 세면도구를 챙겨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양치를 했다. 양치를 하면서도 생각했다. 이 숙소 괜찮은 걸까? 이 여행 괜찮은 걸까? 너무 아무 준비 안 하고 온 건 아닌가?
그렇게 온갖 생각을 하며 거울을 봤을 때 뭔가 이상했다. 입에서 거품이 보글보글보글보글....
입에서 엄청난 양의 거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거품이 나는 것을 보고서야 치약의 맛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폼클렌징과 치약을 다 들고 화장실에 왔는데 칫솔에 폼클렌징을 짜서 양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그때 정신이 없었다.
입 안을 가득 채운 거품을 뱉어 내자 진짜 너무 피곤해서 양치를 다시 하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거품이고 어차피 뭐든 씻어내는 용도이니 하루정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방으로 와서 침대에 누웠다.
커튼 너머로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어떻게 자나하는 생각을 했지만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