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던 시절의 유럽 여행[6]
터키의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도시로 그 경계는 마르마라 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좁은 통로인 보스포루스 해협이다. 그리고 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둘러보는 보스포루스 크루즈는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기도 했다. 그래서 당연히 나도 크루즈 하려고 근처 항구에 가서 티켓을 구매했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두고 아시아 지구, 유럽 지구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해협 곳곳에 크고 작은 항구가 있고 배를 버스처럼 운영하기도 한다. 그런 항구 중 하나에서 배표를 사고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노부부가 웃으면서 물어봤다.
[너도 프린시스 제도(Princes Islands) 가니?]
프린시스 제도는 오스만 제국 시대에 술탄이 되지 못했던 술탄의 형제들을 유배 보냈던 마르마라 해의 섬들을 의미한다. 가이드북에서 그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딱히 갈 생각은 없었던 곳이었다. 그래서 웃으면서 나는 보스포루스 크루즈 간다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내가 탄 배는 출발하고 나서 보스포루스 해협 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방향을 틀어 마르마라 해 쪽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봤을 때 나에게 프린시스 제도 가냐고 물어봤던 노부부와 눈이 마주쳤다. 왜 우리가 같은 배에 탄 거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배는 마르마라 해로 쭉쭉 달려 나가고 있었다.
점점 멀어지는 이스탄불 시내를 보며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프린시스 제도라고 하면 섬이 여러 개일 텐데 어느 섬으로 가는 걸까?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배는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내가 탄 배는 어느 섬에 도착했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 사람들 따라서 내리니 나는 바로 매표소로 달려가 물어봤다.
[여기가... 어디예요?]
내가 도착한 곳은 프린시스 제도의 부육아다라는 섬이었고 다행히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배는 5시에 한번, 7시에 한번 있다고 했다. 나는 7시에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배 티켓을 예약하고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섬에 오는 관광객도 많아 보였다.
골목골목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이 녹아 있는 작은 가게들이 있었고 고양이가 많았다.
그리고 신기하게 마차가 다녔다.
7시까지 시간이 남아 바닷가 근처의 카페에 앉아 터키쉬 커피를 마시며 내 인생 최초의 여행 다이어리를 썼다.
그리고 지금 이 글도 내 기억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저 때 썼던 다이어리를 보며 쓰고 있다.
지금이야 어떤 여행을 가든 스마트폰으로 모든 정보를 검색하고, 예약하고, 기록하는 게 가능했지만 나의 첫 유럽 여행 때는 모든 것이 아날로그였다. 여행 정보는 가이드북에 의존해야 했고, 미리 예약을 하려면 인터넷 카페를 가거나 숙소의 컴퓨터를 잠깐 빌려 써야 했다. 아니면 직접 전화를 하거나. 기록은 손으로, 펜으로, 종이에 했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낭만은 넘쳤다. 지금 그때 쓴 다이어리를 다시 펼쳐 보니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