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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Mar 11. 2016

26

sunny juice camera



나는 도저히 안 되겠어. 울음이 목까지 치밀어 오르지만 그래 난 이십육 년 살아왔으니 이십육 년어치의 나잇값을 해야만 한다. 배고픈 울음만 알던 때가 너무 멀다. 배고픔이 아닌 첫울음을 알았을 때부터 나는 내가 더러운 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너무 많은 울음의 종류를 알아버려서 소리 없는 울음조차 더럽고 치졸하게 느껴진다. 말은 힘이 없는 것이고 마음에 힘이 있는 것이라 믿지만 그것이 말을 통하지 않고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은 또 무슨 아이러니인지. 치열하게 사는 것도 싫고 남이 치열하게 사는 것을 보는 것도 싫다. 내가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는 그림자라고 생각되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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