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chid Mar 05. 2016

해가 진다


minolta x-300

                                                           


                                           

일몰의 시간에는 늘 마음이 흐트러진다. 가지런히 놓여 있던 것들이 차례차례 무너지고,
그 광경을 돌아볼 즈음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둠 속에 꽁꽁 파묻힌 채로 정연해져 있다.
저무는 광경이 아름다울 때는 그만큼 더 가슴에 사무쳤었지.




                                                 

                                                       

을 열지 않고, 앞을 보지 않고, 손을 놀리지 않고, 심지어 마음도 쓰지 않으며 제자리에 못 박은 듯 가만히 있는 쪽이 편하긴 하지만, 이러다 굳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다. 이대로 날 파묻고 있다가는 제 몫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뛰쳐나가 밤길을 걷고 싶다. 세차게 부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울어도 좋으니.







그간의 모든 기억이 나를 때리다시피 세차게 스쳐 지나가고,
가장 사랑하던 기억은 손에 잡을 수 없을 만큼 높이, 멀리, 빠르게.
괴롭고 슬펐고 두려워했던 것은 숨소리라도 들릴 듯 가까이 다가와 귓가에서 몰아친다.
 






작가의 이전글 20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