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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Mar 21. 2016

극단

minolta x-300




인연이 거미줄 같은 거라고들 하지만, 자꾸만 쇠사슬 같은 견고함과 무게를 원하게 돼. 지나치게 의미 있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변하고 마는 관계를 여러번 지켜본 덕에 극단에 치우치는 방법까지 익혀 버렸어. 분명 무게는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사람이 아닌 무게에만 집착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면 소름이 끼쳐. 반대로 언제 끊어질 지 모를 얄팍한 관계를 시작해야 할 땐 역겨워. 호들갑 떨기 싫어. 억지로 웃기도 싫어. 마음에도 없는 듯 보이는 뻔한 말을 뱉어내느니 차라리 입을 다물고 싶어. 싫은 얼굴 앞에서 친절한 척 미소 지으면 당장은 편하지만 돌아서면 스스로에게 구역질이 나. 이런 어중간한 곳에 버티고 서 있을 바엔 낭떠러지로 가고 싶어.


단 하나가 아니라면 무슨 소용인 걸까. 둘이 아닌 하나가 되고 싶어 하면서 사람들은 왜 여기저기 손을 뻗고 있는 걸까. 결론을 앞에 두고 눈이 가물가물하다. 꿈과 현실이 겹치기 시작하니 두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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