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의 약속

자전거 출퇴근

by 배경자
하루에 두 시간 자전거를 탄다.


요즘 자출을 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아침엔 최단 코스를 달려서 약 25km, 저녁엔 잠수교로 약간 돌아서 약 30km를 달리는 코오스. 아침에는 시간이 급하니까 최단거리로 가고 저녁에는 운동 삼아 조금 돌아서 온다. 시간은 둘 다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저녁은 아무래도 부담이 없으니까 전력으로 달리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도 시간은 비슷한 것 같다.

출퇴근 한 시간씩 매일 2시간, 나름 고강도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힘들고 피곤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확실히 운동을 하면 활력이 생긴다. 몸은 약간 피곤할지 몰라도 훨씬 더 건강하다는 기분이 든다. 처음 걱정했던 것만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되려 하루 종일 더 활기차게 활동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체력은 덤.

친환경에 멘탈관리까지 만능인 자전거


자전거 출퇴근은 사실 단점을 찾기가 힘들다. 차로 출퇴근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경제적이다. 게다가 출근 경로에 있는 터널에서 종종 차가 막히곤 하는데 그럴 때 폐소 공포증이 올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중교통이랑 비교해도 사람 많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정신적으로 치유되는 기분도 든다.

이런 자전거 출퇴근의 유일한 적이라고 하면 그건 바로 나 자신. 귀찮다. 챙길게 너무 많다. 그냥 차 키 하나 챙겨서 회사 지하주차장까지 가만히 앉은 채로 갈 수 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꾸준하게 자출 중. 예전의 나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이유가 뭘까. 언뜻 생각하면 힘든 걸 이겨내고 자출을 했을 때의 성취감 같다.

그러나 좋은 만큼 실패의 좌절감도 크다


그런데 사실은 성취감보다는 좌절감을 잘 다스리는 것이 나에겐 효과적이었다. 성취감은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큰 힘이지만, 성취감이 클수록 지켜내지 못했을 때 좌절감도 커졌다. 그 좋은 것을 못하다니! 나쁜 것은 금방 배운다고, 성취감보다 좌절감을 반복 학습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것 같다. 내가 그렇지 뭐...랄까. 포기가 빠른 남자.

특히 자신과의 약속은 악순환에 빠지기 더 쉬운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정한 목표이니 나에게 득이 되지만, 약속을 할 정도로 지키기 어렵다. 게다가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니니 포기도 쉽다. 실제로 그랬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전날 싸둔 짐을 주섬주섬 풀고 있으면 자괴감이 컸다. 그러면 부정적인 사고가 들이차고 자전거를 멀리하게 됐다.

실패가 성공을 부르는 선순환


그런데 좌절감을 잘 다스리면서 자출이 쉬워졌다. 우선 목표를 낮게 잡아서 실패의 횟수를 줄였다. 일주일에 한 번만 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니, 두 번, 세 번 했을 때 더 기분이 좋았다. 또 자출을 하는 것보다 전날 짐을 싸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설령 다음날 늦게 일어나 자출을 하지 못했더라도 전날 도전하는 마음을 내고 짐을 싸는 것만으로 성공이 되었다.

그다음은 실패를 금방 지워버렸다. 자출을 못했을 때 합리적인 이유를 댔다. 설령 늦잠을 잤다고 해도, 오늘은 중요한 회의가 있어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을 것이라던가, 어차피 하루 쉴 타이밍이었다던가 하는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이게 내일의 자출을 위해서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꼭 되뇌었다. 그러니 좌절감도 적었고, 되려 다음 도전에 힘이 됐다.

실패가 줄고, 실패가 내일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되니 자연스럽게 시도가 잦아지고 성취감이 늘었다. 선순환의 사이클에 들어온 것이었다. 믿기 어렵지만 이런 선순환을 살면서 겪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늘 부정적인 사고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이게 늘 말로만 듣던 긍정적인 사고가 아니었던가.

어차피 나와의 약속. 목표를 세운 것도 나고, 지키는 것도 나고, 감시하는 것도 나다. 목표를 조금 낮춘 들, 몇 번 지키지 못한 들, 핑계를 좀 댄 들, 눈을 슬쩍 감은 들 그게 뭐 큰 대수인가. 도전이 아름답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너무 멋진데. 아, 긍정적인 사고는 나를 멋지게 여기는 것이었구나. 눈물.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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