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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자 Aug 06. 2021

잘하려고 할수록 실패하는 이유

몸과 마음을 다해서 무언가를 잘하려고 한 기억들이 꽤 있다. 그런데 지나서 생각해보면 성공한 기억보다는 대부분 실패한 기억들이 많다. 반대로 크게 잘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되려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얻은 경우도 자주 겪었다. 이 두 경우의 차이는 무엇일까. 왜 잘하려고 할 때 더 자주 실패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좀 정리해본다.


첫째, 잘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당연히 현재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이나 나의  습관, 능력이 내가 원하는 수준에 비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주 당연하게도, 내가 이미 아주 불리한 포지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세웠을 때, 중립의 출발선에서 그 목표를 향해서 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체로 우리가 세우는 목표들은 내가 처한 환경과 반대편에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우리는 사실 중립보다 훨씬 더 불리한 출발선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그러니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많아진다. 그리고 내 기대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에 근육을 만드려다가 금방 성과가 나지 않아서 포기했던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평생 마른 몸으로 살았고, 당연히 식습관과 운동습관, 그리고 신체의 구성이 근육질의 몸과는 거리가 있었을 것이다. 렇지 않고 내가 적당히 살아도 건장한 체격을 유지하는 체질이었다면 애초 그런 목표를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목표 달성이 힘든 상황에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편법을 찾게 한다. 나의 노력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나가면 요행을 바라게 된다. 특정한 기능을 가진 약이나 기구 등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꾸준한 노력 외엔 방도가 없다. 꾸준한 노력을 전제로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여러 기법들은 있을 수 있다.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좀 더 빨리 달리고 싶어서 고가의 자전거를 눈여겨보았다. 특히 공기의 저항을 줄여주는 에어로 바이크가 탐이 났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확 접게 해 준 것은 한 외국 잡지의 실험 결과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에어로 바이크의 공기 저항 감소 효과는 자전거의 속도가 40km/h가 넘을 때에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당시 나의 자전거 속도는 겨우 20km/h 중반이었다.


운동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꾸준한 노력이 지닌 힘은 단숨에 이해가 된다. 평범한 사람이 아주 근육질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히 운동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복근에 전기를 흘러 보내거나 단백질 파우더를 먹는 것만으로 우리가 근육질의 몸을 가질 수 있다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번째는 확률에 대한 이해이다. 어떤 목표를 세울 때, 반드시, 꼭이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 목표를 세울 때만큼은 반드시 해낸다는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세상에 '반드시'는 없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확률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재능과 같이 내부적인 이유도 있고, 우리가 운이라고 부르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앞서 말한 대로 확률적으로 달성이 힘든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각오(라고 쓰고 욕심이라고 하자)를 다진다. 이 계획은 당연히 틀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반드시 하겠다는 각오를 세운 사람에게 시작하자 3일 만에 맞이하게 되는 이 실패는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

 

나는 지금 회사에 면접을 두 번 보았다. 많은 준비를 했던 첫 면접에서 정말 보기 좋게 탈락했다, 그리고 인턴을 거쳐 다시 면접을 보고 입사를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첫 번째 면접에 들어왔던 면접관들은 모두 퇴사를 했다. 훗날 친해진 인사담당자는 나의 첫 번째 면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선 나에게 그런 면접을 보게 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것도 결국 확률이자 운이었던 것이다.  


 번째는 긴장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몸과 마음의 긴장을 불러온다. 당연히 긴장을 하면 사고가 경직되고 근육이 수축된다. 평소보다 훨씬 못한 상태가 된다. 시험을 앞두고 긴장해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를 너무나 많이 겪었다. 내 인생 최고의 시험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재수가 확정된 상황에서 응시한 고등학교 3학년의 수능이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도 이런 일들은 자주 일어난다. 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회의에서의 발표라던가, 거래처와의 중요한 회의라던가, 우리가 긴장을 하는 이유는 수 없이 많다. 그 이면에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이 긴장을 알아채고, 잘 다스리지 않으면, 되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를 실패로 인도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지막은 목표 자체의 문제다. 우리가 세운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자. 그럼 그것이 성공인가? 목표의 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성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큰 시각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각보다 우리의 시야는 좁고, 우리는 정작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 아닌가.


인턴 시절에 함께 동고동락을 같이한 친구들 중에서 절반이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떨어진 친구들은 눈물을 흘렸고, 붙은 친구들은 서로 감격의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불과 2개월 뒤에 신입사원이었던 친구 한 명이 회사에서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에 영구적인 장애를 얻게 되었다. 그 친구에게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목표를 세우기가 무서워진다. 하려고 하는 마음이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것들을 뒤집어 보면 꽤 그럴듯한 인사이트가 있다.


우선 내가 세운 목표가 매우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하자. 금까지 살아온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힘든 목표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그 이후의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


힘든 목표이기에 한 번에 이루려고 하지 말고, 오랜 시간 꾸준히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예를 들어 직장인이 영어를 잘하고 싶거나, 몸을 만들고 싶다면, 적어도 3,4년을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외의 방법들로 유혹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마음의 약한 면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취하려는 사람들이다.


실패를 염두에 두자. 당연히 실패할 것이다. 높은 확률로. 그러기에 목표 달성을 반드시 해야 된다는 자세는 위험하다. 마땅히 실패할 것을 염두에 두고 보다 유연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매일 두 시간 운동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여섯 시간 정도를 목표로 삼고 그날그날의 변수를 대비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아예 도전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도 좋다. 자전거로 매일 출퇴근할 거라는 목표보다는 매일 밤 자전거 출퇴근을 위한 짐을 미리 싸 두는 것을 목표로 잡는 것이 좋다. 비록 자전거 출퇴근을 못했더라도 짐을 싸 두었다면 실패한 것이 아니니 좌절감을 덜 수 있고, 또 다음날 짐을 싸면서 시도를 이어갈 수 있다.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헬스장 출입체크를 목표로 삼자. 찍고 친구를 만나러 가더라도 좋다.


마지막으로 긴장하지 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이것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긴장은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긴장을 더는 데는 경험상 몇 가지 요령은 있다.


우선 많은 연습이다. 무의식에 밴 행동들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내가 긴장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습을 꾸준히 해서 몸이 기억하게 하자. 그리고 기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잘난 사람이 아니다. 어제보다 1%만 좋아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긴장은 생각보다 많이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목표는 결국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달성해도 좋지만 달성하지 않아도 된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것은 마치 어느 지역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   원하던 목적지를 가지 못했다는 것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역을 여행했다는 것과 정확히 같은 말이다. 그리고 그곳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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