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쓰던 전자동 머신은 중고로 처분을 했습니다. 그리고 반자동 머신과 그라인더로 장비를 바꿔 다시 구입을 했습니다. 커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아실겁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지요. 다들 잘 아시는 국내 업체의 반자동 커피 머신과 이탈리아 출신의 그라인더 세트를 구입했습니다. 좋아하는 라떼를 집에서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모닝 라떼를 마시기 위해서 가까운 마트에서 우유와 얼음을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문득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커피의 원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커피를 내리고 장비들을 유지 관리하는 저의 노동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커피에 들어가는 원자재와 장비의 감가 정도만 계산해보고자 한 것이죠. 대충 계산해본 가격은 놀라웠습니다. 순간 고개를 돌려보니 요즘 유행하는 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이 눈에 띄더군요.
거기서 파는 아이스 라떼는 한 잔에 2,500원 정도. 아! 탄성이 나왔습니다. 제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커피의 원가는 대략 잡아도 3천 원. 앞에도 말했지만 여기엔 저의 노동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귀찮은 과정을 다 거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커피가 남이 타주는 커피보다 비싼 것이었죠. 순간 소위 말하는 현타가 왔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제가 계산한 커피 원가 3천 원의 내역은 이렇습니다. 우선 원두의 가격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원두는 유명한 로스터리에서 내놓은 약배전 원두입니다. 무산소 발효 과정을 거친 원두를 일부 섞어서 원두가 가지는 베리 류의 풍미를 극대화한 원두입니다. 저는 이 원두를 1kg 단위로 구입합니다. 그게 그나마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1kg에 6만 원. 로스터리의 가이드에 따라 한 잔에 22g 정도를 사용하니 로스를 감안한 한 잔의 원두 가격은 1,430원 정도가 됩니다.
두 번째는 우유입니다. 라떼의 생명은 우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는 서울우유를 마십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멸균 우유를 사용해보기도 했지만, 특정 원두를 제외하고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서울우유 1.8L가 5400원 정도. 한 잔에 들어가는 우유가 보통 180ml가 되니, 우유는 한 잔에 약 540원어치를 사용하는 셈입니다. 원두와 우유만 합쳐도 2천 원 정도가 되네요. 슬슬 겁이 납니다.
세 번째는 기계의 감가입니다. 사실 이게 가장 크죠.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를 구입하는 데 큰 비용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두 기계의 중고 가격은 특성이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2년 정도 사용에 100만 원의 감가가 발생한다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저와 와이프가 2년 동안 마시는 커피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평일에는 한 잔 먹기도 쉽지 않고, 주말에는 꼭 한 잔 정도를 마시는 것 같습니다. 주중과 주말에 각각 두 잔씩 마신다고 계산해보겠습니다.
일주일에 4잔씩 8잔, 2년이면 832잔 정도 됩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1천 잔이라고 합시다. 기계의 감가인 100만 원에 1000잔을 나누면 한 잔에 천 원이네요. 이를 앞서 계산한 원두와 우유의 가격에 더하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 라떼 한 잔의 가격은 총 3천 원이 됩니다. 요즘 저가 브랜드에서 파는 라떼 가격인 2,500원보다 500원이 더 비싼 비용이네요. 다시 말하지만 커피를 내리고 기계를 유지 관리하는 저의 노력은 빠져있는 가격입니다.
실제로 가까운 분들은 그럴 거면 사서 먹지, 뭐하러 그 고생을 하냐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편하게 그냥 돈 내고 사서 먹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홈카페를 운영하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에는 경제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경제적인 이유는 아니듯이 말입니다.
홈카페를 운영하면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가 있습니다.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기호품과 달리 커피는 완성된 순간 유통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유명한 로스터리나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로 직접 가야만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홈카페는 이런 물리적인 제약을 해결해 주는 수단입니다. 내가 직접 커피를 내리는 것만 배우면, 전국 각지의 유명한 로스터리의 원두를 구해서 그 맛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마시는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은 사실 커피의 맛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업 모델이 아닙니다. 어쩌면 고객들도 그들에게 최고의 커피 맛을 바라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되려 중소형 카페에 있습니다. 폴바셋이라는 프랜차이즈는 2013년에 월드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고급화 전략을 택했습니다. 기존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이러한 차별화 전략은 유효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 같은 대회에서 한국인이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분은 현재 부산의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계시지요.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들은 수 없이 많습니다. 시장은 점점 발전하고 있고, 한국의 커피 시장은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홈카페는 이런 시장의 발전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홈카페는 절대 싸지 않습니다. 원두도 비싸고, 기계도 비싸고,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시던 그 어떤 커피보다도 맛있습니다. 커피의 맛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삶은 취향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취향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합니다. 그 가치가 500원보다는 더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