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폭염에 무인도에 가게 된 이유

나의 첫 무인도 표류기

by 알바트로스

1. 인연


내가 무인도 탐험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어떤 한 남자를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그는 무인도 여행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금은 어수룩해 보이며 한눈에 봐도 4차원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어딘가 특이해 보이는 그는 천진난만하게 이렇게 말했다. “저 영어 좀 가르쳐 주세요”


그렇게 기본적인 알파벳 읽는 법도 모르던 그에게 파닉스부터 영어를 가르치게 된 것을 계기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가 주기적으로 주최하고 있다는 무인도 탐험 여행에 함께 갈 것을 나에게 제안했다. 그는 분기별로 한 번씩 주기적으로 무인도로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무인도로 떠난다는 그는 함께 무인도 탐사를 떠날 크루를 모집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세상에 무인도라고? 그것도 한국에 무인도가 있다고?” 나는 그의 믿을 수 없는 말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캠핑과 여행을 사랑하는 나에게 있어서 무인도 탐사는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였다.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올여름 우리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서해의 어느 섬으로 무인도 탐사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했다. 크루 멤버는 나와 주최자를 포함해서 모두 다섯 명. 그렇게 우리의 무모한 무인도 탐험이 시작되었다.



한국섬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에는 3348개의 섬이 있으며
그중 2878개의 섬이 무인도라고 한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다녀와보니 내가 무인도에 가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 없었다. 2박 3일간의 우리의 무인도 표류기를 글에 담아보기로 했다. 무인도는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내가 처음으로 서해의 무인도를 방문해서 섬 곳곳을 탐험하면서 경험한 독특한 에피소드를 속속들이 기록으로 남겨볼 생각이다.


생각보다 한국에는 아직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일단 용기 내어 그곳에 가보면 아무도 살지 않는 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이 넘쳐난다. 무인도는 모레 속 진주처럼 숨겨진 보물의 섬인 것이다. 아무쪼록 이 에피소드가 독자분들의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줄 수 있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같은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2. 다섯 명의 크루 멤버


새벽 다섯 시.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 우리는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배낭 속에는 여벌 옷, 모자, 선크림, 태양광 배터리, 낚싯대 등 무인도 탐험 필수품과 초콜릿과 젤리 그리고 삼겹살 등 2박 3일간 우리의 일용할 양식들이 담겨있었다.


우리는 이태원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촌역까지 이동했다. 이촌역에서 첫차를 타고 우리가 향한 곳은 4호선의 종점역 오이도였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열차 안은 이른 아침부터 일상을 시작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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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반을 꼬박 달려 도착한 오이도역에서 이번 탐사를 함께할 크루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멤버는 서울 소재 모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신 50대 남자 한분과 세종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계시는 20대 남자 두 분 그리고 이번 모임의 주최자와 나까지 총 5명이었다.


우리는 서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나누고 무인도로 출항하는 배를 탈 수 있는 대부항으로 향했다. 오이도에서 대부도로 향하는 길에 시화방조제 너머의 다리를 건너면서 펼쳐지는 장대한 바다 풍경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무인도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만큼 직항 편이 없었다. 우리는 정기 배편을 타고 우선 무인도 주변의 비교적 큰 유인도인 승봉도로 이동했다. 그곳의 별미인 해물칼국수를 먹으며 우리의 목적지인 상공 경도로 가는 배편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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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성 넘치는 다섯 명의 크루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멤버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참여를 결정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고 싶어서 처음으로 무인도를 탐험하기 시작했다는 멤버도 있었고, 사람들과 자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무인도 탐사를 시작했다는 멤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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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탐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나이도, 각자 자라온 환경도 제각각인 다섯 명이 모였지만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인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아마도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2박 3일간의 무인도 탐사를 위한 최강의 팀이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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