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인도 탐험기
콜럼버스는 신대륙에 도착한 최초의 유럽인이 아닐뿐더러 최초의 인류는 더더욱 아니다. 그보다 500년 앞선 시기에 북유럽의 바이킹족들이 이미 신대륙을 탐사했고, 머나먼 옛날 빙하시대 때는 베링해를 건너 아시아인들이 미대륙으로 이주해 오기도 했다. 이처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최초의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자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럽인들 사이에서 신대륙 개척의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있다.
1492년 이탈리아의 탐험가 콜럼버스는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후원을 받아 3척의 초라한 선단을 이끌고 신대륙 발견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그는 결국 신대륙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죽을 때까지 자신이 발견한 대륙을 인도라고 굳게 믿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의 항해는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대륙의 본격적인 교류를 이끌어 냈으며 반쪽자리 세계 지도를 완성하며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패러다임의 이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부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승봉도에 도착한 우리는 그곳에서 자그마한 어선으로 갈아타서 드넓은 바다 위를 질주했다. 10분 남짓 신나게 달렸을까? 저 멀리 외딴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우리의 목적지이자 내 생의 첫 무인도, 상공 경도였다.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과 해변 풍경이 오후의 찬란한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수많은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 없던 해수욕장과는 다르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무인도의 모습에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분명 우리밖에 없어야 할 무인도 근처 바다에 요트가 한 대 떠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무인도 구석 바위 해변가에서 어느 가족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주최자를 비롯하여 우리 모두는 당황하여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저 사람들 도대체 누구야?!”
허탈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첫발을 내딛으려 하는데 모르는 옆동네 사람들이 이미 몰려와서 신대륙을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그날은 분명 우리 팀 외에 다른 사람은 무인도에 입도가 허가되지 않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인도 관리인이 웃돈을 받고 낯선 사람들의 입도를 허가해 준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저 사람들과 전투를 벌이거나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최대한 멋있게 달려 섬에 상륙했다. 너울거리는 파도를 뚫고 짐을 내리고 서둘러 터를 잡기 시작했다. 37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한시라도 빨리 텐트를 치고 그늘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파도가 닿지 않는 해변 위쪽으로 짐을 날랐다. 우리는 신속하게 텐트를 치고 주변에서 구해온 나무 기둥에 검은 천막을 씌워 멋진 그늘막을 만들어 냈다. 이제 이곳이 2박 3일 동안 우리의 생명을 책임져줄 아지트였다.
드디어 외부 세계와 완벽하게 단절된 지상낙원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무인도에서의 첫날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배를 타고 물을 건너오면서 지칠 대로 지쳐있던 우리는 폭염 속에 텐트를 치고 수풀 우거진 산속에서 땔감으로 쓸 나무를 주워오느라 기진맥진해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사실 섬에 누가 먼저 발을 디뎠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것이라서 그 안에서 무엇을 찾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콜럼버스는 신대륙에 도착한 최초의 인류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죽는 날까지 그가 발견한 대륙을 인도라고 믿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그가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여행에는 어떤 생각지도 못한 보물이 숨어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