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국립도서관에 얽힌 추억

여행지의 추억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

by 알바트로스



작년 말부터 북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에서 세 달 살기를 할 때의 추억을 곱씹어보다 보면 우리 집 동네 도서관 들락날락하듯 했던 탈린의 에스토니아 국립도서관에 얽힌 추억이 참 많다. 도서관의 책들이 대부분 에스토니아어로 되어있어서 읽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가끔 그곳에 읽고 싶은 책을 하나 가져가서 하루 종일 읽으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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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국립 도서관의 첫인상은 '거대함'이었다. 유난히 학구열이 높아 보였던 에스토니아 사람들 답게 에스토니아 국립 도서관은 마치 쿠푸왕의 피라미드처럼 거대하고 방대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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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를 연상시키는 도서관 입구에서는 항상 정장 차림 직원분이 방문객들을 맞아주신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외국인들도 오픈마인드로 환영해준다. 별도의 등록을 할 필요도 없고 탈린 주민일 필요도 없다. 지식을 탐구하고 내면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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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르게 앤틱 해 보이는 도서관의 외부와는 다르게 도서관 내부는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이다. 사람들은 이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책을 읽고 랩탑을 켜서 일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 공간에서 '지적 대화를 위한 얕고 넓은 지식'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으며 일원론적 세계관에 적지 않은 충격과 지적 희열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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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내면의 탐구를 마치고 나오면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탈린 시내와 만날 수 있다. 도서관에서 탈린 올드타운 쪽으로 5분 정도만 걸어가면 광장 앞을 수놓은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환상적인 풍경을 보면서 지적 탐구와 사색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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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탈린 올드타운으로 향하는 길에는 지금은 불타서 없어진 노트르담 성당을 닮은 멋들어진 고딕 양식의 성당 하나가 있다. 그곳을 지나면 우리의 수많은 추억이 담긴 올트 타운으로 향하는 입구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나는 이곳을 걸으면서 얼마나 많이 웃었고 또 울었던가?


여행지에의 추억이 유난히 아름답게 남아있는 이유는 그곳에서 함께했던 사람, 읽었던 책, 얻었던 깨달음이 모여 그 장소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은 여행지의 풍경이 뼈에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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