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밑바닥에서 인생을 알게 된 포르투갈의 어느 영국인 작가
해리포터와 함께 자란 세대였던 나는 처음 해리포터가 세상에 나왔을 때의 그 느낌을 어제 일과 같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며칠밤을 새어가며 읽었던 이 두꺼운 소설책은 그 이후 나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단 나는 언제부터인가 외국인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Harry로 불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나의 영어 이름이 되었다.
영화 해리포터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포르투의 렐루 서점(Livraria Lello)은 언젠가 꼭 한번 들러봐야 하는 곳이었다. 자연스럽게 렐루 서점은 포르투 여행에서 우리의 첫 목적지가 되었다.
포르투 시내의 마제스틱 카페(Majestic Cafe)는 조엔 K.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했던 곳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녀는 이곳 포르투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다가 포르투갈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둘은 아이를 가졌지만 곧바로 이혼했고, 졸지에 타지에서 미혼모가 된 그녀는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홀로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카페 입구는 그녀가 이곳을 찾을 때마다 앉았다고 하는 창가 쪽 자리를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녀는 매일 마제스틱 카페에 와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난 1년간의 백수생활을 거치며 타국에서 이혼하고 무일푼 백수가 된 그녀의 심정을 나는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렐루 서점 앞에는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녘부터 입장권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의 줄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줄이 워낙 길어서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참이기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참 운이 좋게도 30분도 기다리지 않고 렐루 서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렐루 서점 내부는 살인적인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그 와중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호그와트의 움직이는 나선형 계단이었다. 실제로 움직이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나선형 계단은 영화 속 장면과 오버랩되며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서점에서는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소파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365일 관광객으로 북적인다는 이곳에서 차분하게 책을 읽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포르투 시내의 마제스틱 카페와 렐루 서점을 둘러보고 우리는 포르투 대성당 근처 작은 언덕으로 향했다. 푸른 하늘과 포르투의 아기자기한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조엔 K. 롤링은 인생의 막다른 길에 다 달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분명 막막하고 포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고 글을 썼다. 그녀가 만약 생활고에 허덕이다 글쓰기를 포기했다면 해리포터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 또한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지금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의 글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