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시국에 해외여행 간다고?
올해초 나는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여자친구와 156일간 발리에서 '다섯달 살기'를 했다. 원래 한달살기를 계획하고 떠났지만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발리에 갇혀버렸으니 여행이라고 하기보다는 표류를 하고 돌아왔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입국부터 비자 그리고 생활까지 처음에는 모든것이 막막했다. 일단 나는 비행기 탑승부터 거부당했다. 인도네시아에 입국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외교부 홈페이지를 매일 체크했다. 출발 며칠전 부랴부랴 병원을 찾아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의사의 소견서까지 받았지만 이런 시국에 그런 형식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민국 담당자 혹은 항공사 직원의 판단으로 입국조건은 언제든지 뒤집할 수 있다.
결국 나는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서 이 말도안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항공사 카운터에서 직원과 두시간동안 대치하며 싸움을 벌였다. 결국 첫 날은 비행기를 놓쳐버렸다. 그러나 두번째 날 공항에 찾았을 때 그들은 대사관 직원분의 끊임없는 설득과 나의 집요함에 손을 들고 나를 비행기에 태워줄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비자문제였다. 발리에 한국인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최대기간은 60일이다. 그 것도 VOA(Visa On Arrival)을 받았을 때의 이야기다. 여자친구는 나보다 이틀 먼저 도착해서 VOA를 받아놨기에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나는 항공사와 사투를 벌이고 부랴부랴 발리에 도착해서 VOA를 받을 정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30일이 지나면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하지만 이런 시국에 어디를 간단말인가?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정말 기적과도 같이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Emergency Permit(특별체류허가제도) 발표가 났다. 별도의 안내가 있을 때 까지 코로나로 발리에 발이 묶인 모든 외국인들은 별도의 신청없이 무기한으로 발리에 머물 수 있다는 말도안되게 좋은 제도였다! 그렇게 우리는 발리에 네달이나 더 머물 수 있었다.
다음은 발리생활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발리 유명 관광지는 모두 문을 닫았다. 평소에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꾸따, 스미냑, 레기안 해변 근처에 숙소를 잡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침 저녁으로 지역 경찰들이 돌아다니며 해변에 남아있는 외국인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해변을 눈앞에 두고 호텔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었다. 우리는 경찰 단속이 없고 유일하게 해변이 개방되는 이른아침과 일몰직후 꼭 해변을 찾았다. 선셋을 너무 보고싶을 때에는 호주인 관광객들 틈사이에 껴서 담장을 넘어 들어갔다. 평소에는 북적이는 관광객들로 그 멋진 해변을 오붓히 둘이서 즐기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사람들을 다 집에 가둬주었다. 그 넓은 해변이 다 우리것이었다.
코로나 팬더믹 시대에 해외여행 하기는 전쟁과 같다. 각종 제약과 돌발상황 그리고 가끔은 따가운 시선들과도 싸워야 한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해외여행을 한다는데 우리를 막을 사람은 없다. 우리는 올해 말 또 한번 전쟁을 치루러 북유럽으로 향한다. 나도 안다. 우리는 남들이 보기에 미쳐있다. 그래도 인생을 최고로 여행하기 위해 우리는 또한번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