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세 번째 만나는 데미안
- 막스 데미안 -
고전의 매력은 매번 읽을 때마다 전혀 다른 책을 읽듯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을 준다는 것이 아닐까? 유년시절과 20대의 마지막에 이어 30대의 초입에 다시 한번 읽은 데미안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부끄러움과 싸우며 자국 독일을 비판하고 중립국 스위스에서 작품 활동에 몰입하며 여생을 보냈던 철학자 헤르만 헤세의 인생은 철저히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따라갔던 니체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물질만능주의와 개인 철학의 부재에 대한 그의 비판이자 싱클레어라는 한 사람의 성장을 다룬 일대기인 데미안에 관한 이야기인 이 책에는 내 가슴을 콕콕 찌르는 말들이 가득 담겨있다.
유년시절에는 절대선과 절대악에 관한 일화인 데미안의 '카인과 아벨'에 대한 독특한 해석에 꽂혔었다.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선한 것, 올바른 답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거두고 약자들의 융합 아벨에 맞서 싸우는 카인의 모습에 동정심을 느끼게 해 준 이 책은 내 의식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
20대 후반에는 술을 마시며 방황하며 내면의 불완전한 이상향 '베아트리체'를 찾아 헤매던 싱클레어에 빠졌다.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이상향에 대한 목마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마름에 대한 보상으로 이 책은 내가 남들과 다른 선택을 내리고 스스로 인생을 선택하도록 나를 독려해 주었다.
- 싱클레어 -
30대의 초입에서는 그를 진정한 내면에 향하도록 이끌어준 '피스토리우스'와의 만남을 통해 인생을 돌아본다.
독특한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종류의 목사가 되고 싶어 하는 그의 고뇌 속에서
30대의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 피스토리우스 -
내면의 자아를 쫓으며 유일무이한 자신을 꿈꾸는 싱클레어의 인도자이지만
결국 자신도 한낱 외로운 인간일 뿐임을 고백하는 피스토리우스의 모습에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딘가에 속해있길 원하고
세상과 어느 정도 타협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예수, 나폴레옹, 비스마르크와 같이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가고 전설이 될 수 있을까?
다음에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당당하고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