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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Oct 15. 2023

신피질의 비밀 feat. 제프 호킨스의 '천개의 뇌'

뇌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1)

뇌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1)

신피질의 비밀 feat. 제프 호킨스의 '천개의 뇌'

반복되는 역사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끊임없는 전쟁과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있으면 우리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고 어설픈 존재인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간은 말도 안되게 경이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은 지구상에서(어쩌면 우주에서) 스스로의 탄생의 근원과 그 이유를 궁금해하고 탐구할 수 있는 유일한 지적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자신을 닮은 지적인 존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발칙한 생각까지 한다. 어쩌면 인간은 우주에 존재하는 만물중에 가장 신과 비슷한 모습을 띄고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러 세기를 거치면서 인류는 의학의 발전으로 스스로의 몸을 뜯어보고 그 작동 원리를 꽤나 정교한 수준까지 알아낼 수 있게 되었고, 이제 기계로 사람 몸의 매커니즘을 어느정도 구현해내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과학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우리 인간 뇌의 작동 메커니즘에 관심을 가질 밖에 없는데, '천개의 뇌'라는 책을 제프 호킨스(Jeff Hokins)도 그런 사람중 한명이다. 뇌의 작동원리 규명과 그에 기반한 인공지능 연구에 평생을 바친 그따르면 인간의 뇌는 ‘오래된 뇌’와 ‘새로운 뇌’로 나뉜다고 한다. ‘오래된 뇌’는 배고픔, 성욕, 뜨거움, 차가움 등을 인식하여 인간의 생존과 번식 등을 도와주는 본능적 기능을 담당하고, 오랜 진화의 산물인 ‘새로운 뇌’는 ‘오래된 뇌’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뇌에서 가장 최근에 진화한 것은 ‘신피질(neocortex)’이라고 하는 부분이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에만 존재하며 인간의 신피질은 뇌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 신피질에는 우리가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며 머물게 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책을 읽는 내내 신피질에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신피질(Neocortex)의 위치 (출처 : Tim Lane & Associates)


신피질은 대략 쌀알 크기(2.5㎣)만한 공간에 신경세포가 10만 개 있으며, 이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시냅스)은 5억 개라고 한다. 이러한 쌀알 크기의 형태 하나를 ‘피질 기둥(cortical column)’이라고 부른다. 신피질 전체에 이러한 피질 기둥이 또다시 15만 개나 있다. 신피질을 이루는 15만 개의 이 피질 기둥 하나하나가 서로 연결되어 세계를 인식하고 지능을 창조한다고 한다.


신피질을 얇게 펴놓으면 작은 메모지 한장 정도의 크기라고 한다. 이 좁은 공간에 지능이 들어있다. 우리가 시냅스라고 부르는 세포간의 연결을 우리는 매개변수(parameter)라는 가중치(weight)와 편향(bias)를 통해서 딥러닝에 비슷하게 구현해 냈다. 그리고 이것들이 모여서 피질 기중이 되는데, 신피질 전체에 퍼져있는 15만개의 피질 기둥은 딥러닝과 마찬가지로 계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딥러닝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뇌 역시 한가지 부분에 국한되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부가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연결주의 혹은 병렬분산처리와도 비슷하다. 우리는 흔히 뇌의 어떤 한 부분이 고장나면 그에 따른 장애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프 호킨스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신피질 전체에 퍼져있는 피질 기능은 서로 비슷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물체를 보고, 음성을 듣고, 언어를 처리하고, 추상적인 사고를 할 때 쓰는 피질 기둥은 서로 거의 같다고 한다.


딥러닝 알고리즘 역시 비슷하다. 주로 이미지 처리에 많이 사용되는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그리고 텍스트, 시계열, 주가예측 등 연속 데이터에 많이 사용되는 RNN(Recurrent Neural Network) 등 각각 입력층과 히든 레이어 그리고 출력층의 갯수와 구조는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알고리즘의 응용일 뿐이다. 그러나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전체가 모여서 보고, 듣고, 맛보고, 생각하는 등 기능을 복합적으로 구현해 낸다. 이 책의 제목이 '천개의 뇌'인 이유다. 우리 뇌에는 말 그대로 천개의 뇌가 들어있다. 컴퓨터의 뇌 속에도 천개의 뇌가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초기 컴퓨터가 출현했을 때 우리는 문서 작성이나 주소록 저장과 같은 매우 한정된 종류의 일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컴퓨터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제프 호킨스는 미래의 인공지능은 현재의 약인공지능(weak ai)가 아닌 범용인공지능(AGI)의 모습을 띄게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제프는 현재의 딥러닝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절대로 범용인공지능(AGI)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왜일까? 그것은 현재의 딥러닝 기술이 텍스트, 이미지, 수치형 데이터 등 각각의 서로 다른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에는 능하더라도, 제프가 말하는 일반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음 시간에는 현재의 딥러닝 기술과 우리의 뇌가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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