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공포는 무엇일까? 30대초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가장 큰 공포는 나의 존재 자체가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인생의 거의 전부가 담긴 나의 경험, 지식, 커리어, 돈,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그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분해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운이 쭉 빠지고 허탈한 일이다.
이처럼 인간은 죽음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이고 그 사실을 절대로 견딜 수 없다. 아무리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무신론자 역시 죽음앞에서는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태니까. 그래서 우리 인간은 불교와 힌두교와 같은 종교의 윤회론에 기대어 다음생을 기약하거나 아니면 영원한 천국을 약속하는 아브라함 계열의 종교(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를 통해 신과 계약을 맺는다. 우리는 사후세계를 믿을 수 밖에 없게끔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이러한 운명에 애써 저항하듯 영원한 삶을 꿈꿔왔던 이들도 있다. 진시황이 영원히 권력을 누리기 위해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것 처럼, 지금도 전 세계의 억만장자들은 영생을 실행하기 위해 냉동인간이나 노화방지 같은 의료적 해법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들의 시도를 단순히 운명을 거스르려는 어리석은 망상 정도로 치부하기에 그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집요하다. 영원히 살 수 있는 몸을 만들 수 없다면 자신의 의식과 지식만이라도 남겨두고 싶어 한다. 결국 그들은 뇌와 컴퓨터의 결합을 생각해내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뇌를 컴퓨터에 통째로 업로드 한다면 우리는 진짜로 영원히 살 수 있을까? 분명 이론상 가능한 일이다. 나의 뇌를 세포 하나까지 아주 상세하게 그려낸 일종의 '뇌 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수퍼컴퓨터에 우리의 뇌세포의 작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며, 분명 컴퓨터 속에서는 나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똑같이 일어나면서 의식이 깨어나게 될 것이다. 나는 살아생전 나의 경험들을과 지식들을 가지고 존재할 수 있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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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개의 뇌의 저자 제프 호킨스는 뇌를 통째로 컴퓨터에 업로드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 뇌가 육체와 완전히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뇌와 육체를 분리하여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뇌와 우리 몸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단순히 뇌를 컴퓨터에 옮겨놓는다고 해서 육체와 분리되지는 않는다. 초기에 우리 뇌는 컴퓨터에 존재하면서 여전히 육체속에 있다고 믿는 상태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컴퓨터 속에 있음을 인식하게 된 뇌는 자신을 육체를 가졌다고 착각하는 뇌와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즉 우리 뇌가 컴퓨터에 완벽히 재현된다면 우리는 여전히 팔다리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뇌와, 완벽히 컴퓨터 속에만 존재하고 싶은 뇌 두개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둘은 다른 경험과 자극속에 완전히 다른 개별적인 자아로 분열되어 간다. 즉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내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육체를 인식하는 뇌의 부분과 지능과 지식 그리고 경험만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을 나누면 완전히 별개의 나를 컴퓨터에 옮겨놓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다. 다만 천문학적인 숫자의 뇌세포와 시냅스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의 뇌를 선택적으로 업로드 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코딩을 해본 사람들은 코드의 일부분을 건드렸다가 전체 코드를 망쳐버린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뇌의 작동 원리를 완벽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난다고 생각해보라.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프 호킨스는 뇌를 컴퓨터에 옮겨놓는 일을 자식을 낳는 일에 비교했다. 나의 유전자를 가진 존재를 세상에 내놓는 일은 분명 매우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그러나 종국에 우리는 자식에게 나와 똑같은 생각과 경험을 강요할 수 없다. 결국 나와 닮은 내 자식들은 완전히 별개의 존재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은 매우 의미있고 특별한 인생의 경험이지만, 완전한 나를 남기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세상에 영원히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큰 울림을 주는 글을 쓰는 것이야 말로 세상에 영원히 남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제국은 1000년을 넘기기 힘들고 거대한 사업체는 100년을 넘기기 힘든 반면에 나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통찰이 담긴 글은 백년이 지나도 천년이 지나도 이 세상에 남아있다. 누군가 읽어주는 사람만 있다면 나는 그들의 기억과 의식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다. 그것이 아직은 미천한 내가 세상의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한 뒤 그것들을 글로 남기고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