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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Feb 03. 2024

외국계 IT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를 경험하며 느낀점

feat. 언더독의 반란

이번 아시안컵은 유독 언더독의 반란이 눈에 띕니다. 최약체라고 평가받던 팀들도 한국이나 호주, 일본, 이란같은 강팀들에게 쉽게 지지 않는 재미있는 축구를 합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후반 90분이 넘어가고 '이제 다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 때쯤 동점골을 넣고 기여히 역전을 해버리는 말도안되는 축구를 이어가며 팬들을 밤잠설치게 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번 아시안컵은 모든 경기 하나하나에 감동과 열정 그리고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AI(인공지능) 비전공자 출신입니다. 사실 AI라는 분야는 컴퓨터 공학과 통계학을 비롯한 수많은 분야가 융합되어 있으며 여전히 발전중인 비교적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콕찝어 AI 전공이라는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로부터 전산학, 컴퓨터 과학, 응용통계학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인공지능 전공자 일명 '고인물'들은 분명 존재해 왔지요.


저는 대학 졸업후 비교적 고연봉을 받는다고 하는 컨설팅펌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이것이 제가 평생을 바쳐 하고싶은 일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저는 확실히 돈보다는 하고싶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평생을 바쳐 하고싶은 일을 찾았고, 그게 인공지능이였습니다. 저는 과감하게 삶의 방향을 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언더독이 되기를 자처했습니다.


배움의 과정은 예상대로 험난했습니다. 연봉도 깎였고, 처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었지요. 자존심은 상했고 몸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좋은 동료들과 고객들이 있었고, 논문과 코드를 들여다보고 유저가 원하는 것들을 뚝딱 만들어주는 재미에 계속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스타트업에서 뚝심있게 몇년을 보내자 언더독이었던 저에게도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글로벌 IT기업과 면접을 볼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외국계 IT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매우 멀고도 험란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도 3차,4차를 넘어 계속 이어지는 인터뷰 과정을 지나왔습니다. 면접의 내용은 기술면접(technical interview)부터 영어면접과 행동면접(behavioral interview)까지 다양합니다. 첫번째 관문에서 후보자의 커리어와 성향이 회사와 핏한지 증명해야 합니다. 그 다음 관문인 기술면접에서 후보자는 깊이있는 지식을 검증해야 합니다. 


지원자의 영어능력과 기술적 소양을 확인하는 관문을 통과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이 포지션에 적합한지 어필할 수 있는 몇번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각 지역(region)의 헤드를 만나고 지원자와 회사가 서로 잘 해 나갈 수 있을지 확인하는 자리를 가집니다.


지난 몇달간 업무와 글쓰기를 병행하면서도 채용 프로세스에 정말 모든것을 쏟아부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와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이제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힘들고 어색하기만 했던 인터뷰도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감있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는 않지만 업계 고인물들과의 진흙탕 혈투끝에 어쨌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 같습니다. 언더독의 반란은 계속되고, 삶이 지속되는한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의 구절로 짧은 글을 끝맺어보고자 합니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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