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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Sep 07. 2024

네팔, 부처님의 탄생지

카트만두의 독특한 매력

네팔, 부처님의 탄생지에 도착하다

모든 기억은 미화된다. 힘겨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사진을 보며 당시를 회상할 때 여행자들은 이상한 감성에 젖어들기 마련이다. '그래, 그때 힘들었지만 참 재밌었어.' '어서 다시 이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 가고 싶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30대 후반에 접어들고 31개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이제 그런 식상한 방식으로 여행을 대하고 싶지 않다는 것.


여행지에서의 경험이 소중한 만큼 무탈하게 보내는 루틴의 일상 역시 소중하다. 그러한 일상의 소중함을 어설픈 기억의 미화로 날려버리고 싶지 않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여행지는 천국이 아니다. 그래서 네팔에서의 내 기억이 미화되기 전에 서둘러 여행 기억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의 경유를 거쳐 인천에서 꼬박 10시간을 날아왔다. 새벽이 다 되어 도착한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은 남아시아의 여느 공항과 같았고, 뚜렷한 특징은 없어 보였다. '네팔, 부처님의 탄생지(Nepal, the birthplace of lord Buddha.)'라는 강렬한 문구 하나만이 여기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을 뿐이었다.


'네팔, 부처님의 탄생지(Nepal, the birthplace of lord Buddha.)'


한국에서부터 가깝게 지내던 네팔인 친구의 부탁으로 공항에는 카트만두 근처에 사는 현지 친구가 픽업을 나왔다. 덕분에 우리는 여행의 통과 의례라고도 할 수 있는 택시 호객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유독 관광객에게만큼은 정해진 가격이랄 것이 딱히 없는 동남아나 인도의 택시비 흥정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여기도 별다를 게 없어 보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돈 몇천 원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아직 우기였던 8월의 카트만두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차창밖 숙소로 향하는 거리에도 눈에 띄는 풍경은 없었다. 조금 낙후된듯한 도로와 건물들 외에는 딱히 웅장한 건물도 멋있는 사원이나 유적지도 보이지 않았다. 호텔에 도착해 네팔인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조만간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부처님의 탄생지라는 네팔과의 첫 만남은 다소 무미건조했다.


다음날 아침이 밝자마자 우리는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 타멜 거리를 벗어나 카트만두 시내를 탐방했다. 현지 맛집에서 네팔의 전통음식 모모(momo)를 먹었다. 모모는 각종 카레와 향신료 그리고 버펄로나 닭고기가 들어간 네팔식 만두라고 보면 된다. 10개에 천 원. 진짜 싸다. 모차렐라 치즈 같기도 하고 버터 같기도 한 오묘한 끝맛이 매력적이다.


모모 맛집 Himalaya Momo Center에서


아침의 카트만두 바이브는 꽤나 힙하다. 거리 곳곳에는 분주하게 장사 준비를 하는 상인들과 인도 배낭여행 중 자주 마셨던 짜이 밀크티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불교 탱화나 싱잉볼 그리고 힌두교 조각상 같은 각종 신기한 잡동사니들을 파는 가게들은 지친 일상을 떠나 여행을 왔음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분주한 카트만두의 아침


거리 풍경이 꽤나 예쁘다. 남부유럽 어딘가의 건물 같기도 하고, 무슬림 건축양식 같기도 한 오묘한 건축양식이 굉장히 특이하다. 좁은 골목들 사이 곳곳에 있는 힌두교, 불교 사원들은 마치 이탈리아 로마에 갔을 때 유적군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카트만두는 정말 괜찮았다.



문제는 오후가 되면서 시작되었다. 일단 인구밀도가 어마무시하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엄청난 먼지와 매연세례를 겪어야 한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사이를 수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닌다. 수시로 울려대는 클락션 소리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네팔 사람들의 친절하고 순박해 보이는 얼굴 뒤에 숨은 본모습을 볼 시간이다. 웰컴투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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