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설산과 '나마스테'의 나라. 네팔은 죽기 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최상단을 차지하는 나라였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태어난 나라이자 힌두교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파슈파티나트 사원 그리고 티베트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티베트 불교 유적지가 곳곳에 남아있는 이 나라는 힌두교와 불교의 메카가 공존하는 종교와 영혼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티벳 불교의 성지 부다나트 사원에서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나의 서른한 번째 여행지였던 네팔에서 맞이한 현실은 전혀 달랐다. 1인당 gdp 약 1336달러(한국돈 180만 원)의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 네팔 사람들은 단순 계산만으로도 한 달 평균 약 15만 원이라는 매우 적은 돈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들의 삶을 더더욱 힘겹게 만드는 것은 열악한 인프라다. 제조업이나 IT와 같은 산업이라고 할 것이 전혀 발달하지 않은 이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의 물자를 이웃나라 인도에서 수입해서 쓸 수밖에 없기 때분에 그들의 소득에 비해 음식과 생필품 그리고 교통수단 구매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
설상가상으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을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경제적인 부분을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네팔 사람들은 각종 관광지 입장료와 트레킹 비용 명목으로 외국인에게 그 비용을 전가시킨다.정말 웃긴 것은 사원 입장료뿐만 아니라 비행기 티켓 가격마저 거의 모든 것의 가격이 현지인과 외국인이 다르다는 점.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네팔의 설산
그들이 웃으면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한국은 매우 잘 사는 나라이고, 너희 나라에서 너는 돈을 엄청 많이 버니까 이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아?'
글쎄, 과연 그럴까. 피땀 흘려 번 돈 1원 한 장이 소중한 것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전혀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손님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받는 돈의 가치에 그 나라의 경제 수준을 대입시킨다면, 그거야 말로 웃기는 역차별이자 거지근성이 아닐까?
더군다나 14박 15일 동안 머물며 느낀 네팔의 물가는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퀄리티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았다. 도대체 무엇이 이나라 사람들을 이처럼 가난하고 구차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바로 부패한 정부와 될대로 되라는 식의 비합리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그들 생활에 뿌리 깊게 박힌 종교라고 생각한다.
청결한 환경과 자동차가 다닐만한 도로 그리고 깨끗한 물과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나라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쨌든 영혼의 나라 네팔에서 내가 얻은 것은 어설픈 마음의 평화가 아니라, 극사실주의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이 나라에 시급한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의사결정 프로세스인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