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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대량해고 사태로 보는 에이전틱 AI 혁명

이제 개발자들은 뭐해먹고살까?

by 알바트로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AI) 투자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직원 3% 미만인 60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고 리스트에 중간 관리자나 비개발자가 다수 포함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1743713478389.jpg 출처 : Microsoft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워싱턴주에 보고한 문서에 따르면, 해고 대상에는 개발자가 약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입니다. 제품 관리나 기술 프로그램 관리 직책 등 중간 관리자가 약 30%로 그 뒤를 이었지만, 개발자만큼 타격이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는 시대는 이제 명백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현업에서 AI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저는 점점 더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몸소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코딩만 하는 개발자는 정말로 점점 더 환영받지 못하겠구나 하고 말이죠.



1. 생성형 AI발전 어디까지 왔나? : 누구나 인턴사원을 비서로 데리고 일할 수 있는 시대


얼마 전 이러한 저의 막연한 불안감을 확신으로 바꾸어준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AWS에서 출시한 에이전틱 AI(Agentic AI) 기반 Amazon Q를 활용해 자연어를 통해 명령을 내리고 순식간에 클라우드 서버에 AI 서비스를 배포(delpoyment)해본 경험이었습니다.


Amazon Q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SoTA(State-of-The-Art) 모델 중 하나인 Claude-4.0에 기반해 AWS 클라우드의 다양한 서비스들을 조작할 수 있는 생성형 AI 어시스턴트입니다. Amazon Q는 저의 명령을 스스로 태스크 단위로 계획하고(Plan) 여러 가지 방법들을 검증(Validate)한 뒤에 실행(Execute) 해 나아가며 능숙하게 AWS 클라우드상의 S3와 EC2 인스턴스를 저 대신 수정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리포트를 위한 웹페이지 역시 훌륭하게 작성해 주었습니다. 제가 할 일은 그저 AI가 물어볼 때마다 적절한 실행 권한을 준 것뿐이었습니다.


usecase1-sc1.jpg Amazon Q가 순식간에 짜준 코드를 실행까지 해서 결과까지 알려준다

저는 머신러닝 모델이나 RAG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본 경험은 있지만, 본래 클라우드 엔지니어 출신이 아닙니다. 프런트엔드 개발에 대한 지식 역시 부족합니다. 그런 제가 3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훌륭한 AI 서비스를 뚝딱 클라우드상에 배포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이제 개발자들은 코드만 짜고 있으면 안 됩니다. 프런트엔드만 할 줄 알아서도, 백엔드만 할 줄 알아서도 안됩니다. AI가 짜준 코드는 못 믿겠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도 안 통합니다. 그런 것쯤은 당신들보다 AI가 훨씬 더 빠르고 능숙하게 잘하는 시대가 진짜로 와버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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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AI/ML(머신러닝) 분야는 석박사 학위를 가진 일부 연구자들이 리드하는 영역이었습니다. 하이퍼파라미터(Hyperparameter)를 한 땀 한 땀 조정해 가며 epoch를 돌리며 수천수만 개의 데이터를 직접 학습시키고 추론하는 고단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약 3년 전 챗GPT가 등장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이제 석박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호기심만 있으면 최첨단 AI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챗GPT 이후의 변화속도입니다. 챗GPT가 자전거 수준이었다면 현재의 추론형(reasoning) 모델에 기반한 에이전틱 AI 기반 서비스들은 우주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변화가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2. 추론형(reasoning) 모델과 MCP(Model Context Protocol)의 발전


인공지능 업계에서 가장 최신의 개념 중 하나로 다루어지는 '에이전틱(Agentic) AI'는 인간의 감독을 최소화하면서 목표를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달성하는 AI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적절한 도구를 활용하며, 실행 결과를 학습하여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20250410152159_ckeditor.png 출처 : 한빛+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추론형(reasoning) 모델입니다. o1, o3, Claude-3.7, 4.0, Gemini-pro 2.5와 같은 추론형 모델들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처럼 사고의 단계를 밟으며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LLM이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그럴듯한 답을 생성하는 기계’였다면, 추론형 모델은 ‘스스로 사고 과정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문제 해결자’에 더 가깝습니다.

what-is-mcp.png 출처 : Anthropic

이러한 추론형 모델의 성과는 최근 등장한 MCP(Model Context Protocol)와 결합하면서 폭발적인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MCP는 쉽게 말해 AI가 외부의 다양한 도구, 데이터베이스, API와 매끄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표준화된 인터페이스입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데이터를 가공해야 했다면, 이제 AI가 MCP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가져오고, 외부 시스템과 연동하여 즉시 실행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3. 당신이 개발자라면 한 번쯤 꼭 해봐야 할 고민, 이제 뭐해먹고살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에 해고된 개발자들은 모두 ‘코더(coder)’라고 밝혔습니다. 즉, 인간은 앞으로 단순 코딩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뜻입니다. AI가 이미 더 빠르고 정확하게 코드를 생성하고, 버그를 찾고, 최적화까지 해주는 세상에서 단순히 주어진 기능을 구현하는 개발자는 점점 더 불필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발자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답은 “코드를 넘어서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설계하며, AI를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단순히 함수 하나 잘 짜는 것보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정의하고, 어떤 데이터를 연결해야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는지 기획하며, AI가 낸 결과를 검증하고 개선하는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개발자는 이제 AI 시스템이라는 하나의 오케스트라(Orchestra)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마스터가 되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언어 하나만 깊게 파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AI와 협업하며 복잡한 시스템을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의 개발자는 코딩 그 자체보다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도메인 지식, 시스템 설계 능력, 그리고 AI를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손으로 코드를 치던 ‘코더’는 줄어들겠지만, AI와 함께 일하며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메이커(Maker)’와 ‘해결사(Solver)’는 오히려 더 환영받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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