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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Jan 05. 2021

발리 킨타마니 열대 휴양지의 색다른 모습

코로나 시대에 여행하는 법


아름다운 해변, 리조트, 서핑, 요가, 친절한 사람들?
발리에 대한 극히 일부이자 고정관념!

여러분은 발리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시나요? 코로나 팬더믹에 발리에서 다섯 달 살기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발리 하면 아름다운 해변과 정글 그리고 리조트를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발리에 스위스의 루체른 호수나 호주의 블루마운틴을 연상시키는 말도 안 되는 풍경을 간직한 고산지대가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코로나로 어수선하던 6월 어느 날의 탐험은 발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싹 다 날려버렸습니다.


정글의 베이스캠프 우붓


우붓(Ubud)에서 머무는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발리 북부의 킨타마니(Kintamani)라는 고산지대에 위치한 마을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마을은 바투르 산(Mt. Batur) 트레킹 투어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지만 다른 남쪽의 관광지들에 비하면 비교적 외국인 관광객들이 덜 찾는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우붓을 벗어나 20분 정도 달려 뜨갈랄랑의 어느 카페에서 여유롭게 라이스 테라스를 감상할 때까지만 해도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1700m 칼데라 속의 칼데라 웅장한 킨타마 니산


발리의 중앙 우붓(Ubud)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니 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귀가 먹먹 해지며 추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체감온도가 한국의 초겨울 날씨와 비슷하고 비도 많이 오고 가끔 진눈깨비도 내립니다. 마을 사람들의 복장도 어딘가 달라졌습니다. 마을의 첫인상은 마치 마추픽추에 온듯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동남아 아열대 기후라고 얕보다가는 큰코다칩니다.


그리고 눈앞 1700m의 바투르 산(Batur)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떻게 열대기후 동남아 휴양지 발리에 이런 산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는 건지 너무나도 신기했습니다. 이 산과 처음 조우했을 때 느꼈던 전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도 모르게 "우와~ 미쳤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스위스 루체른 호수를 연상시키는 칼데라속의 호수 바투르호


바투르산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이번엔 칼데라 속의 호수 바투르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보자마자 스위스 루체른 호수가 떠올랐습니다. 이 곳에서 산책도 하고 트레킹도 하면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사색을 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발리는 아름다운 해변과 정글뿐 아니라 미친 풍경의 산과 호수까지 모두 가진 섬인 것 같았습니다. 발리 사람들이 왜 자연을 신성하게 여기고 신격화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마추피추를 연상시키는 산 위의 마을들 그리고 글로벌 지오파크 네트워크


발리 북부 킨타마니 지역의 바투르산과 바투르 호수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Unesco natural world heritage site)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대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있다고 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과 두 눈에 빈틈없이 담았습니다.


바투르산의 신을 모시는 울룬다누 사원



산이 내려다보이는 마을 중심가에는 바투르산을 수호하는 신을 모시는 울룬다누(Ulun Danu) 사원이 있습니다. 한민족에게 백두산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산인 것처럼 발리 사람들에게 바투르 산은 그 자체로 신성한 존재입니다. 고유한 문화를 지키려는 생각이 너무 강한 탓일까요? 아니면 코로나 탓일까요? 이 곳 킨타마니 마을 사람들은 발리 남부의 개방적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폐쇄적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광객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으며 조금은 호전적인 모습까지 보입니다.



어렵게 들어간 울룬다누 사원 내부


그날은 운이 좋게도 울룬다누 사원 내부를 구석구석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외부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킨타마니 사람들인데 코로나의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서 그런지 더욱더 마음에 여유가 없어 보였습니다. 사원 입구에서 외국인은 들어올 수 없다며 여러 번 쫓겨났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국 힌두교 전통복장을 한 어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뒷문으로 기어이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특별한 상황에 어느 장소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그 장소가 간직한 비밀과 숨겨진 면모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부정적인 면을 보면 여행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만 더욱 확고해지지만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여행을 몇 배로 값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코로나는 절대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 르(Homo Viator)를 막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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