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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May 24. 2021

이스탄불의 크리스마스에는 없는 것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내주었던 코스모폴리스

어느 화창한 주말의 한적한 오후, 나는 정처 없이 이태원역 주변 거리 곳곳을 배회하고 있었다. 조금은 어수선하고 떠들썩하지만 한국을 찾은 여행자들의 들뜬 기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 코로나 팬더믹 시대 나는 여행이 고플 때면 이태원 거리 곳곳을 방황하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와 익숙한 향신료 냄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국어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터키인 케밥집 사장님이다. 그 익숙하면서도 강렬한 향기와 특유의 분위기는 나를 2년 전 터키 이스탄불의 어느 거리에 데려다 놓기에 충분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은 전혀 빛바래지 않았다. 사람들로 가득했던 터키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Grand Bazaar)의 이국적인 시장 풍경과 한 폭의 그림 같았던 아야 소피아 성당 (Ayasofya).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이라는 이스탄불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품어내면서 특유의 웅장한 코스모폴리스의 면모를 뽐내고 있었다.



터키에는 케밥만 있을 줄 알았던 우리는 이스탄불에서 난생처음 고등어 샌드위치와 터키식 디저트를 먹어보았다. 조금 느끼하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듯하면서도 묘한 중독성 있던 그 맛은 이스탄불의 첫인상을 꼭 빼닮았다.



2019년 12월 25일 우리는 난생처음 크리스마스 캐럴과 크리스마스트리도, 소복이 쌓인 흰 눈도 없는 그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예수님 생일날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무심한 듯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낯섦과 어색함을 느꼈다.



인구의 9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의 크리스마스에 캐럴과 크리스마스트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고 하니 크리스마스 하면 무조건 캐럴과 크리스마스트리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고정관념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게 터키에서 보낸 크리스마스는 그 자체로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내는 경험이었다. 여행은 우리가 전부라고 믿으며 일평생을 살아가는 세상은 전체의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곤 한다. 귀찮음을 감수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는 이 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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