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탑오버를 좋아하는 이유
직항편이 경유편 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항공업계의 상식이다. 그만큼 시간이 단축되고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하더라도 경유편 비행기를 선호한다. 경유지에서 즐기는 여행속의 작은 여행 스탑오버, 그 짧은 여행이 주는 설렘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 경유편 비행기를 타면 보통 짧게는 한두시간에서 길게는 하루에서 이틀까지 경유지에 머물 기회가 생긴다. 항공편 스케쥴에 따라서는 항공사에서 호텔까지 제공해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3년전 베트남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는길에 중국 베이징에 들러 하루를 보낸적이 있다. 나홀로 왕푸징의 밤거리를 누비며 식도락 여행을 즐기던 기억은 베트남 여행 만큼이나 기억에 남는다. 도쿄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하는 길에는 그 유명하다는 두바이에 들러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부르즈 칼리파를 두 눈으로 직접 보며 소원을 빌었다. 인천에서 터키로 향하는 길에는 난생처음 카자흐스탄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먼 옛날 실크로드의 흔적을 따라가 보기도 했다.
이번 여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탈린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나는 15년전의 추억에 흠뻑 젖어들었다. 독일은, 그 중에도 특히 프랑크푸르트는 추억이 많이 깃든 곳이기 때문에 나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시청광장 벤치에 앉아 길거리 악사들의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봄바람과 핫도그의 맛은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15년전 독일어 어학연수를 왔을 때 들렀던 괴테 생가는 고등학생 시절과 현재의 나를 이어주는 추억의 통로였다. 독일어 간판을 떠듬떠듬 읽어가며 찾아간 그 곳에서 현지인들과 짧은 독일어로 나누던 대화속에서 나는 어디서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지를 알게된 것만 같았다.
경유지에서 즐기는 잠깐의 여행은 언젠가 꿈속에서 보았던 데자뷰처럼 일상에 남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다시한번 멀리 여행을 가게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경유편 비행기 티켓을 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