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코로나 팬더믹에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도시 전체가 락다운되는 당황스러운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도시 전체가 락다운되면 생필품을 살 수 있는 마트를 제외하고 모든 식당과 카페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고 관광지 입장도 제한된다.
어렵게 머나먼 유럽까지 와서 관광지 구경도 못해보고 꼼짝없이 숙소에 갇히는 것만큼 허탈하고 화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락다운이라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우선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가 완전히 락다운 되기 전에 근처 다른 도시로 피난을 가는 것이다. 작년 겨울 우리가 머물고 있던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이 락다운 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기차로 2시간을 달려 타르투라는 도시로 피난을 갔다.
3주간 피난처에 머무르면서 우리는 수도 탈린과는 전혀 다른 아기자기한 대학도시 타르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맛집과 카페 탐방은 물론이고 관광지 입장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다시 탈린으로 돌아왔을 때 락다운은 해제되었고 우리는 다시 관광지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음으로 락다운된 도시의 한적한 풍경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도시가 락 다운되면 좋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가 여유를 되찾으면서 도시의 한적하고 색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탈린의 두 번째 락다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전략을 바꿔 피난이 아닌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천천히 한적한 관광지를 걷다 보면 평소 시끌벅적한 관광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유럽을 즐길 수 있다. 락 다운된 탈린에서 고요한 정적을 즐기며 올드타운의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중세풍 도시의 첨탑과 아기자기한 집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스카이라인을 만끽할 수 있다.
해 질 녘이 되면 산책 삼아 발트해가 보이는 탈린 항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북쪽으로는 핀란드로 서쪽으로는 스웨덴으로 통하는 바닷길과 하늘을 수놓은 환상적인 오렌지빛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본다. 혹한의 추위로 황량할 것만 같던 발트해는 남국의 어느 섬에서 보던 바다보다 아름다웠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유럽의 락다운은 도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만나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