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세상과의 단절
여행이 주는 울림은 사람마다 각자 다른 파동으로 전달되고 기억된다. 누군가에게 여행은 휴식이자 힐링이며 누군가에게는 모험이자 새로운 세상의 발견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여행은 오래된 세상과의 단절 그리고 새로운 세계와의 접촉을 뜻한다. 직장 걱정, 돈 걱정, 집 걱정, 뒷담화 까기 등 온갖 불결하고 번잡한 것들에서 벗어나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 그대로 풍덩 뛰어드는 것이다.
여행을 통한 세상과의 단절이 주는 이로움은 너무나도 크다. 여행을 떠나면 소란스러운 외부의 잡음에서 해방되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낯선 곳을 걸으며 사색하고 독특한 음식을 먹으며 풍경을 즐기는 모든 과정은 다름아닌 내면의 숨겨진 부분을 재발견 하기 위한 것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먼 옛날 노자가 말하고자 했던 뜻을 알게되는 것 같다. 별다른 목적 없이 때가 되면 뜨고 지는 해와 달은 역설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에 영원의 세월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노자는 사람도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사심과 욕심없이 해맑은 얼굴로 영겁의 세월을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인생의 신비에 한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