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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기록

코로나 시대 백수의 해외여행

백수들만의 특권

by 알바트로스

코로나 시대에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나 같은 백수가 아니면 누리기 힘든 특권일지도 모른다. 우선 눈물이 핑 도는 PCR 테스트 그리고 항공사 카운터 직원과 공항 세관원의 의아하다는 듯한 눈초리와 질문공세를 이겨내고 나면 자가격리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1213_130028.jpg 사람없는 인천공항


목적지 검역당국의 정책과 감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유럽여행의 경우 대부분 목적지에서 9박 10일, 한국에 돌아와서 14박 15일 동안은 꼼짝없이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짧으면 2박 3일, 길어도 2주 이상 연차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직장인들이 이런 상황에 해외여행을 떠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20210214_124409.jpg 기다림과 인내의 결실


그러나 기다림과 인내의 과정이 긴 만큼 여행이 주는 감동과 충만감은 배가된다. 이 길고도 까마득한 터널을 통과하고 처음 맛보았던 차가우면서도 청량한 에스토니아 탈린의 겨울바람과 아기자기한 중세풍 거리 풍경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부자가 되면 은퇴하고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가진 것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일상에 대한 집착과 돈의 무게에 짓눌려 훌쩍 떠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질지 모른다. 늘 떠나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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