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겨울나기
기온이 영하 3도로 떨어지기 시작하던 지난해 12월, 발트해에 위치한 북유럽 에스토니아로 떠난다는 말을 했을 때 지인들은 걱정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코로나도 문제지만 거긴 정말로 춥잖아?" 나 역시 북유럽이나 러시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것은 시베리아 벌판의 황량한 설원이나 눈 덮인 조용한 마을이었다. 정말로 북유럽은 시베리아 설원만큼 춥고 황량할까? 이 곳에 와서 3주간 느낀 북유럽의 날씨와 생활 그리고 고정관념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곳에 온지도 벌써 3주라는 시간이 지났고 난 참 많은 것들에 적응해 가고 있다. 우선 짧은 해다. 이 곳은 오전 9시경에 해가 뜨기 시작해서 오후 3시쯤 되면 해가 지기 시작한다. 해가 떠있는 시간이 6시간 정도밖에 안되니 오전에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곧바로 어두 위지는 시내 풍경과 마주해야 한다.
다음은 우중충한 날씨에 적응해야 한다. 이 곳에 온 뒤로 나는 한 번도 태양을 직접 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흐리고 눈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씨여서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도시이기도 하다. 햇볕 쨍한 발리에서 5개월을 보내며 태양을 지겹게 보아서인지 이 곳에서 햇빛을 조금 못 받는다고 해도 견딜만하다.
다음은 잦은 눈과 비이다. 확실히 이 곳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눈 내리는 날이 많다. 그것도 밟으면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날 만큼 어마 무시하게 눈이 내린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눈 내리는 날의 탈린 풍경을 참 좋아한다. 그동안 수많은 미국과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했지만 탈린만큼 눈 내린 풍경이 잘 어울리는 도시는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탈린은 시베리아 설원만큼 추울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국보다 따뜻한 편이다. 다른 유럽의 도시에 비해 평균적으로 추운 날씨이긴 하지만 평균 영하 1도에서 3도 사이에 머무는 이 곳의 기온은 개인적인 체감상 한국 서울의 겨울보다 훨씬 따뜻하다. 무엇보다 그 어떤 곳의 추위도 내가 한국에서 군생활을 할 때 맞았던 칼바람만큼 매섭지는 않았다.
우리는 충분히 세계적으로 추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한국 서울에서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 단련된 사람은 북유럽이든 시베리아 설원이든 히말라야 산 정상이든 세계 어디에 가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만큼 강한 민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