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더믹에 산타의 고향을 찾다
산타의 고향은 북유럽 어딘가라는 설이 있다. 덴마크 어딘가 혹은 스웨덴 등 정확한 도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다분하다. 어쨌든 북유럽 어딘가를 산타의 고향이라고 한다면 나는 올해 인생 처음으로 산타의 고향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까지 와서 눈 구경 한 번 못해본 것이 한이 될 뻔했는데, 소원이 이뤄졌는지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에 탈린에 눈이 왔다. 이 곳 탈린 올드타운에 눈이 쌓이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유럽과 미국의 많은 도시들을 돌아다녀봤지만 이 곳 탈린만큼 눈이 잘 어울리는 도시는 정말 드물었다. 길거리의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떠나지 않는다. 양손 가득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의 얼굴은 그 어느 때 보다 밝다.
이 곳 북유럽 발트해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는 인구 140만의 작은 나라답게 평소 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탈린 올드타운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정겨운 대화 소리가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어른들 손을 잡고 나와 회전목마를 타고 꼬마기차를 탄다. 이 곳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코로나 예방보다 훨씬 의미가 큰 것처럼 보인다.
아침 일정을 마치고 어둑어둑해진 시간, 산책을 하러 나왔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이 보인다. 썰렁했던 탈린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드디어 다시 활기가 찾아온 것이다. 오늘만큼은 더 이상 작고 아담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니다. 부모님 손잡고 나온 어린이들 모습도 많이 보인다. 지금 이런 시기에 여기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다름없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시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러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엘크 소시지(사슴 소시지)와 사우 워크 라우트를 한가득 사 왔다. 에스토니아 전통술 글 뤼기(glögi)와 함께 삼겹살과 김치를 볶아먹는 것으로 1차전을 끝내고 2차전으로 소시지와 사우 워 크라우트를 먹었다. 마지막으로 샴페인과 베리 치즈케이크로 마무리하면 최고의 크리스마스 만찬이 끝이 난다.
누군가에게는 코로나로 우울한 크리스마스였겠지만 이 곳 사람들의 일상은 코로나도 빼앗아가지 못했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누군가에게 이 곳의 분위기가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며 짧은 글을 마친다.